의학·과학 과학

눈 없는 식물이 어떻게 빛의 방향을 알 수 있을까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7 05:00

수정 2023.11.27 05:00

식물 줄기속 빛 굴절률로 빛 방향 감지
내부 공기층 없으면 빛 방향 못알아내
눈이 없는 식물은 줄기속 공기층 때문에 빛이 어디서 오는지를 알아낸다. 게티이미지 제공
눈이 없는 식물은 줄기속 공기층 때문에 빛이 어디서 오는지를 알아낸다.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식물은 눈이 없음에도 빛이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알아내서 잎의 방향을 정하고 줄기를 뻗어갈 수 있을까.

식물이 빛의 방향을 알아내 자랄 수 있는 것은 줄기 속 공기와 물 사이 교차점에서 일어나는 빛 굴절률 때문이라는 것을 스위스 연구진이 밝혀냈다. 즉 줄기 안에 공기층이 없으면 빛이 쏟아지는 방향을 알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자랄 수 있다는 뜻이다.

로잔대학 생물의학 및 의학 학부 크리스티안 판카우저 교수와, 로잔연방공과대(EPFL)의 태양에너지 및 건축물 물리학 연구소의 나노기술을 위한 태양에너지 변환 그룹 리더인 안드레아스 슐러 박사, 로잔대학 전자현미경 센터 연구팀이 식물이 어느 방향에서 빛이 비추는지 그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조직 특성을 밝혀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27일 연구진에 따르면, 동물은 물론이고 식물과 미생물 등 모든 생물은 눈과 같은 시각 기관이 없어도 빛이 어디에서 비추는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환경에서의 방향 설정이나 최적의 위치 조정에 매우 중요하다. 빛이 어디서 오는지 인식하는 것은 특히 식물에게 중요하다. 식물들은 이 정보로 특정 자극을 받아 휘어지는 '굴광성'이라고 알려진 현상을 통해 줄기나 잎, 뿌리 등을 배치한다. 이를 통해 식물은 태양 빛을 더 많이 받고, 광합성 과정을 거치면서 화학 에너지로 바꿔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음식을 생산한다.

굴광성을 시작하는 광수용체, 즉 빛을 받아들이는 물질은 오랫동안 알려져 왔지만, 빛을 감지하는 식물 조직의 광학적 특성은 지금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크리스티안 판카우저 교수는 "유채과 식물인 '애기장대'의 돌연변이, 즉 줄기가 투명한 애기장대를 관찰하면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돌연변이 애기장대는 제대로 빛에 반응하지 못했다. 판카우저 교수는 이후 슐러 박사에게 연락해 이 돌연변이와 평범한 애기장대의 특성을 비교 연구해 보기로 결정했다.

연구진은 "평범한 어린 애기장대의 줄기가 자연스럽게 우유빛으로 보이는 이유는 세포 사이에 있는 공간에 공기층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투명하게 보이는 돌연변이는 공기가 있어야 할 곳에 수액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공기로 채워진 공간은 줄기가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일까.

이 공간은 빛에 반응하는 줄기가 빛의 농도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현상은 식물 조직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공기와 물의 서로 다른 광학적인 특성 때문이다.
즉 공기와 물은 서로 다른 굴절률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무지개를 볼때 나타나는 현상처럼 이 때문에 빛이 식물을 통과할때 여러 방향으로 흩어진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식물들이 광합성을 위해 빛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나뭇잎 등을 위치시킬 수 있게 해준다는 원리를 밝혀낸 것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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