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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쟁에 매몰된 예산국회, 민생은 어디로 가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6 19:25

수정 2023.11.26 19:25

민생법안과 예산 볼모 대치
예산안 처리시한 못 맞출듯
여야가 30일 국회 본회의 개최를 두고 극한대치를 이어가면서 예산안 처리 지연이 불가피해질 조짐이다. 여야는 최종 합의안을 도출한 후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거쳐 12월 2일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해야 한다.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하면 정부 예산안이 다음 달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만 의결을 위해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파행으로 아동학대범죄 처벌법 개정안 등 134건의 법안이 무더기로 보류되면서 국회가 민생법안을 볼모로 정쟁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태이다.

우리가 볼 때 올해 예산 국회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야당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둘러싼 정쟁에 매몰돼 있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과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을 11월 30일과 12월 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 처리 의도도 드러내고 있다.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상정 없이는 30일 본회의를 개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 이전에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본회의 날짜를 30일과 다음 달 1일로 잡은 것"이라며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와 상관없이 방통위원장과 검사 탄핵안을 처리하겠다고 이 일정을 정쟁과 당리당략에 악용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선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정기국회 내 탄핵소추 가능성이 불투명해진다고 보고 있다.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어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할 태세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여당이 30일 본회의에 불참하더라도 정의당을 비롯해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법안 등을 처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장악하고 있는 법사위의 파행으로 민생법안이 무더기 표류 중이다. 특히 아동학대범죄 처벌법 개정안은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속도가 붙은 교권 보호법안 중 하나였다. 이태원 참사 이후 다중인파 사고 방지를 위해 논의된 재난기본법 개정안도 결국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두 당이 탄핵안을 거론하며 본회의 개최 여부를 두고 싸우는 사이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국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 26일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 17곳 중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친 곳은 13곳인데 이 중 절반에 달하는 6곳에서 민주당의 단독의결이 이뤄졌다고 한다. 합의 없는 단독증액과 전액삭감이 난무했다. 머릿수를 앞세운 야당의 법안 처리 강행과 여당의 거부권 건의에 이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국회에서 정치는 사라지고 보복과 증오만 판치는 모양새다. 여야 국회의원들의 안중에는 국민도 없고 국회 정신도 없는 듯하다.
이러다가 21대 국회에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가 붙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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