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자진출석' 누락해 수사보고서 작성한 경찰…대법 "무죄"[서초카페]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7 06:24

수정 2023.11.27 06:24

[파이낸셜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폭행 후 도주한 피의자가 자진 출석 의사를 전달했지만 경찰이 이를 누락해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면 죄가 될까.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베트남 국적인 외국인 노동자 B씨는 2020년 6월 부산 동래구의 한 외국인 건설노동자 숙소에서 같은 베트남 국적의 노동자를 폭행해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도주했다. A씨는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었다. B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통역 등의 경찰 출석 권유에도 "자신은 현재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경찰에 가면 베트남으로 추방될 수 있어 절대 출석할 수 없다"며 거부하다 결국 마음을 바꿔 출석키로 했다. 이같은 뜻을 A씨에게 전달했지만 A씨는 다른 사건 수사로 외근 중이라며 출석을 보류시켰고, 다음날 수사보고서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하고 이후에는 휴대전화를 끄고 불상지로 도주했다. 피해자나 회사 관계자도 피의자에게 연락했으나 받지 않고 소재 불명인 상태'라고 기재했다.
B씨의 자진 출석 의사나 출석 보류 경위는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이 보고서를 근거로 경찰은 경찰은 7월10일 체포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고, B씨는 자진 출석 예정일에 체포됐다.

검찰은 A씨가 주요 사건 경위를 수사보고서에 누락해 경찰·검사·판사를 속여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아 집행하도록 했다며 그를 기소했다.

이에 대해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B씨에게 유리한 사정을 기재하지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을수는 있으나, 사실 기재에 해당하고 허위 기재라 할 수는 없다"고 봤다.

B씨는 불법체류자로 범행 직후 도주했고 수사보고서 작성 당시까지 B씨 소재지를 알지 못한데다, 이 사건 범행은 특수상해죄로 가벼운 범죄로 보기 어려워 추방까지 고려될 수 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1심은 "A씨는 B씨에게 특별히 악감정을 가진 것이 없고 그를 체포·구속한다고 개인적인 고과 점수 등을 받을 사안도 아니므로 허위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할 이유나 동기도 없어 보인다"고도 했다.

반면 2심은 A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A씨가 이 사건 수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자진 출석 의사 표명 및 출석 보류 경위에 관한 내용 등을 누락하고 B씨가 도주 상태에 있다거나 소재 불명 상태에 있다고 기재한 것은 그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서 허위에 해당하고 A씨에게 허위성에 대한 인식도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비록 A씨가 이 사건 수사보고서 작성 당시 B씨에 대한 체포 사유와 관련한 내용을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나, 이 사건 수사보고서 내용에 거짓이 있다거나 허위공문서작성에 관한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A씨가 B씨의 자진 출석 의사를 전달받기는 했지만 그러한 의사가 진정한 것이 확인하기 어려웠고 계속 잠적한 상태에서 B씨 소재를 알지 못한 만큼, 이 사건 수사보고서에 자진 출석 표명 및 출석 보류 경위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A씨에게 허위공문서작성의 고의 내지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허위공문서작성죄의 성립 및 고의, 직권남용체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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