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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석 기자의 로이슈] '잔혹 살인' 정유정에 무기징역 왜?

최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7 18:13

수정 2023.11.27 18:47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훼손·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정유정에게 1심 재판부인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가 지난 24일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의 눈높이는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어떤 잣대로 정유정의 범죄를 판단했을까.

■ "비참한 최후...엄중히 책임 물어야"

정유정의 범죄를 재구성해보자.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부산 금정구의 피해자 주거지에서 흉기를 거듭 휘둘러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향해 흉기를 111차례나 휘둘러 살해했다.

재판부는 "20대 청년 피해자는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일면식도 없는 피고인의 살인 욕구 실현 때문에 살해됐다.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억울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며 "사회 구성원에게 이유 없이 범행 대상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일으키고 모방 범죄 증가로 불신을 조장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 '사형' 아닌 무기징역, 왜?

검찰은 "무기징역은 가석방 가능성이 있다"며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다 받아들이지 않았다. 엄중한 처벌을 내리기에 충분하나, 20대 나이인 피고인(정유정)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힘들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법은 살인죄를 저지르더라도 교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일반적으로 살인죄를 범한 사람은 10년에서 15년 내외의 형에 처해진다. 분노로 인해 우발적으로 살인한 경우 등을 따지게 된다.

법조계에선 1심 재판부의 선고에 대해 '중형'에 해당한다고 본다. 법원이 살인범죄의 양형기준에서 최고 단계인 제5유형인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이란 인명경시 성향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살인범행으로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으로 2인 이상을 살해한 경우 △살해욕의 발로 또는 충족으로 2인 이상을 살해한 경우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를 말한다.
양형 기준은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에 대해 2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사형은 법정최고형이라는 점에서 재판부 역시 이에 부담을 가진다고 한다.


1심 재판부는 "사형은 돌이킬 수 없는 궁극의 형벌이어서 피고인의 나이, 성장과정, 전과유무, 범행 동기 등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하고 심리 후 사형이 정당하다는 사정이 밝혀질 경우에만 선고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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