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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실기업 줄줄이 도산, 옥석 가린 구조조정 급하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7 18:16

수정 2023.11.27 18:54

건설사 폐업 작년 대비 70% 증가
핀셋 지원, 기촉법 재입법 시급해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유동성 고갈로 건설업계에 줄도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전의 삼승건설을 포함해 이달 들어 41개 건설사가 폐업을 신고했다. 올 들어 폐업신고 건수는 496건으로 이는 지난해 대비 7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과거 통계까지 보면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라고 한다.

폐업뿐 아니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부도 난 건설사도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동원건설산업, 대우산업개발, 대창기업 등이 부도 처리됐으며 최근엔 금강건설, 신일, 국원건설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올해 부도가 난 건설사는 4년 만에 최다인데 현장에선 내년에 더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건설사 한파는 고금리 장기화 영향에 따른 지방 미분양, 낮은 입주율, 급증한 공사비 등 복합적 요인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다 여전히 경색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불안감도 기업의 숨통을 죈다. 대출금리 급등으로 일부 PF 사업장의 경우 토지 매입을 위해 받은 브리지론 금리가 20%에 이른다. 이런 PF는 더 이상 사업성이 없어 '좀비 프로젝트'로 불린다고 한다. 자잿값, 인건비까지 치솟아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도 속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가 최근 5년 만에 30% 이상 올랐다.

줄도산 공포는 건설사만의 문제도 아니어서 총체적 대응책이 시급하다. 국제금융협회(IFF)가 집계한 세계 주요 17개국 올해 기업부도 증가율(10월까지 지난해 동기 대비)은 우리나라가 40%로 세계 2위다. 세계 3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3·4분기 기업 부채 증가율도 세계 2위가 우리나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비율은 세계 3위였다.

능력껏 빌리고 사업을 벌인 것이라면 걱정할 일은 아니겠지만 문제는 빚에만 연명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번 돈으로 이자를 못 내는 좀비기업 수는 수년 새 급격히 늘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가운데 지난해 말 한계기업 비율은 17.5%다. 한계기업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으로 1 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국내 상장사 6곳 중 1곳 이상이 한계기업이라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과감하면서도 원칙에 입각한 선제조치가 나와야 할 것이다. 일시적으로 자금부족을 겪는 알짜 흑자기업은 당국이 정교하게 지원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기업에 도덕적 해이 논란을 피하면서 선별지원해 주는 것은 경제 연쇄부실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부실징후 기업에 신속한 워크아웃을 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재입법이 유예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기촉법은 지난달 15일로 일몰을 맞아 폐기됐다. 하지만 재연장 요구가 빗발치면서 국회도 다시 추진에 나섰던 것인데 법안 통과가 하세월이다.

핀셋지원과 동시에 질서 있는 부실정리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좀비기업, 좀비프로젝트를 제때 솎아내지 못하면 부실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엔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 건강한 기업의 회생 기회까지 앗아가는 것은 물론이다.
옥석을 가려 과감히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침체의 늪에서 살길을 찾을 수 있다.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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