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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좀도둑은 어쩌다 대도가 됐나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7 18:16

수정 2023.11.27 23:24

[테헤란로] 좀도둑은 어쩌다 대도가 됐나

A씨는 지난 2018년 '데이팅앱'을 통해 남성 B씨를 만났다. A씨는 자신의 직업을 '말 관리사'로 소개했다. 그러다 같은 해 4월께 B씨에게 전화를 걸어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하면서 문제가 생겼고 급하게 해결해야 하니 99만원을 송금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A씨는 유흥비 등이 필요해 거짓말로 사기를 친 것이다.

5년이 지난 올해 A씨는 새로운 사기사건 피의자로 다시 등장했다.
피해자들이 밝힌 A씨의 사기수법은 해외 비상장회사나 국내 앱 개발회사에 투자를 권유하는 형태였다. 사기수법이 발전하다 보니 과거 수십만원 수준이었던 피해 규모가 이번에는 35억원으로 확대됐다. 현재도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피해액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눈치 챘겠지만 A씨는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42)의 결혼 상대였던 전청조씨(27)다. 전씨는 남씨를 만나기 전 이미 사기전과 10범이었다. 피해자 10명으로부터 3억원에 가까운 돈을 갈취해 기소됐고, 지난 2020년 12월 11일 징역 2년3개월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은 처음 1인당 수십만원을 빌려주는 형태로 사기 피해를 당했다. 도둑이라고 한다면 그때는 좀도둑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전씨의 사기금액은 계속해서 늘어 피해액이 1인당 수천만원 단위로 불었다. 피해가 늘자 법의 심판을 받은 전씨는 징역을 살았다. 그렇게 징역을 살던 전씨는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아 사회로 나왔다. '광복절 특사'로 나온 좀도둑 전씨는 30명에게 총 35억원 규모의 투자사기를 벌인 '대도(大盜)'로 바뀌어 있었다.

전씨의 사기 행각이 갈수록 커지게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사기가 '남는 장사'라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컨대 전씨는 지난 2018~2019년 2년 동안 3억원을 사기 친 이후 지난 2020년 징역형을 받았지만 피해액은 변제하지 않았다. 단순계산으로 해당 기간 사기범 전씨의 연봉은 1억5000만원이라고 볼 수 있다. 전씨 입장에서는 더 크게 사기를 친 이후 피해액을 변제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법의 심판을 받는다고 해도 형은 높지 않다는 판단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전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사기로 피해를 본 돈을 변제받지 못해 물질적으로 힘들었고,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에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졌다고 한다.

전씨 사례를 봤을 때 더는 사기범이 등장하지 않게 하기 위해 결국 양형 강화를 고민해야 한다.
사기범의 고통도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고통과 비슷해야 하기 때문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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