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숏츠 시대에 고전이라니… 그래도 관객은 무대 찾는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7 18:37

수정 2023.11.27 18:37

서울시뮤지컬단 새작품 '맥베스'
왕좌를 향한 욕망 그린 셰익스피어작품, 배우출신 조윤지 연출로 실험적 시도
"지루한 것 못견뎌 재미있게 만들었다"... 김덕희 단장 "시간 흘러도 고전은 고전"
서울시뮤지컬단이 내달 선보이는 창작뮤지컬 '맥베스'에 합류한 조윤지 연출가는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재미와 드라마"라고 말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서울시뮤지컬단이 내달 선보이는 창작뮤지컬 '맥베스'에 합류한 조윤지 연출가는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재미와 드라마"라고 말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뮤지컬 '맥베스' 연습중인 배우들 세종문화회관 제공
뮤지컬 '맥베스' 연습중인 배우들 세종문화회관 제공
"저 역시 고전을 많이 보러 다니던 관객은 아니었죠. 셰익스피어 고전이라는 부담감도 들었고요. 지금도 하고 있고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무대만의 재미예요."

연극 무대의 단골 레퍼토리인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가 창작뮤지컬로 거듭난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오는 12월 2일~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맥베스'를 올린다. 조윤지 연출은 "숏츠 전성 시대에 때로는 공연 보러 오는 관객이 신기할 정도"라며 "공연 보는 행위가 이만큼 귀하구나. 사명감을 갖고 무대만의 재미를 주려고 한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고전의 뮤지컬화, 실험적 시도 '맥베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고전을 뮤지컬화한 이번 시도에 "창작뮤지컬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탄탄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고전 뮤지컬을 제작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잘 만들어도 본전일 수 있는 이 어려운 일에 과감한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신인' 조윤지 연출을 기용했다. 뮤지컬 '실비아, 살다'로 주목받은 그는 배우 출신이다. 김 단장은 "연극 '빵야' '목란언니' 등을 쓴 김은성 작가의 깊이,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작은아씨들'에 곡을 붙인 박천휘 작곡가의 노련함 그리고 조윤지 연출가의 과감함이 새로운 색깔의 '맥베스'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맥베스'는 11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충신이었던 맥베스가 마녀들의 예언에 현혹되고, 부인 맥버니의 부추김에 힘입어 던컨 왕을 살해하면서 시작된다. 뮤지컬 '맥베스'는 참혹한 왕위쟁탈전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내밀한 심리와 욕망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선보인다.

김덕희 단장은 셰익스피어 비극 중 '맥베스'를 택한 이유로 "'맥베스'가 가장 사건이 뚜렷하고, 서사의 진행 속도가 빠르며, 캐릭터 몰입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윤지 연출은 이 작품을 1시간40분으로 속도감 있게 압축했다.

지난 24일 '맥베스' 연습실을 찾았을 때 원작과 달라진 결말 부분이 시연 중이었다. 원형경기장처럼 계단식 무대에서 맥베스와 맥버니를 제외한 모든 배역들이 배우와 코러스를 겸하는 구조를 취해 입체감이 돋보였다. 조윤지 연출은 "마녀의 예언이라는 미신적 요소가 사라지고 맥베스와 맥버니가 본인 욕망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점이 현대인의 공감을 살만하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 특유의 문학적 대사는 어떻게 됐을까? 조 연출은 "이미 김은성 작가의 언어로 바뀌어 있어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싶었다"며 "대사와 캐릭터가 주는 힘이 좋다. 상황과 인물에 맞는 대사와 가사"라고 귀띔했다. "맥버니는 마치 아이처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죠. 남편을 부추겨 앞일을 도모한 뒤 한참 등장하지 않다가 죄책감에 자살하는 원작과 달리 우리 작품에선 맥베스와 맥버니가 늘 함께해서 마치 소울메이트처럼 보입니다."

연출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재미와 드라마"다. "재미없는 것을 못견뎌 한다"는 그는 "지루하게 않게 만들려고 했다"며 "노래도 드라마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중시했다"고 했다.

■"악역 주인공 거리두기로 미화 자제"

무대는 원세트로 마치 원형경기장 혹은 극장 관객석처럼 꾸몄다. 조 연출은 "무대적인 재미도 고려했지만 주인공이 악역이라는 점도 컸다"고 말했다. "(살인하는) 맥베스가 '죽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노래하니 전 불편하더라고요. 그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어 '거리두기'가 필요했죠." 코러스를 중요하게 활용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는 "또 다른 시선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그 시선이 무대 위에 존재해야 악역 미화가 안될 것 같았다"고 했다.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고 죽이면서 그 주인공이 달라지는 것이 허무하고 덧없다고 생각됐죠. 그래서 때로는 조롱하고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는 코러스를 통해 그런 감각을 (관객에게) 주고자 했어요."

무대 전환은 3번에 불과하다. "원래 무대전환을 자제하는 스타일"이라는 그는 "맥베스는 신념이 있던 인물인데 욕망에 눈이 멀어 자신의 왕과 전장을 함께 누볐던 동료, 급기야 양민까지 죽이는 지경에 이른다"며 "살인의 느낌이 달라질 때마다 장면 전환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은 그동안 연말에 가족뮤지컬 '애니'와 같은 따뜻한 작품을 올렸다.
김덕희 단장은 "'맥베스'가 다소 무거운 이야기나 관객의 다양한 요구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전은 역시 고전입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주제는 시간이 바뀌어도 장르가 바뀌어도 관객들에게 의미있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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