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무인도 갈대숲에 보이스피싱 '중계기' 설치...150억 갈취한 일당 검거

권병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8 14:25

수정 2023.11.28 14:25

태양광 패널 아래 설치된 대용량 배터리. 부산경찰청 제공
태양광 패널 아래 설치된 대용량 배터리. 부산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무인도에 해외 발신 번호를 국내 번호로 변경하는 중계기를 설치하는 수법으로 전화금융사기를 벌여 150억원 상당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범제단체 등의 조직, 사기,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을 위반한 혐의로 중국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원 3명과 중계기 관리책 A씨(20대) 등 16명을 구속하고 공범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다롄 등 6곳에 보이스피싱 조직을 두고 검찰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수법 등으로 피해자 328명에게 약 15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의심을 피하기 위해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를 땅 속에 묻거나 모텔, 원룸, 차량에 설치해 운영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부산 낙동강 인근 무인도에 태양열 패널을 연결한 자가 발전식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를 설치·운영해 경찰 추적을 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들은 무인도 인근 어민을 돈을 주고 포섭해 중계기를 관리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제트스키를 타고 무인도에 몰래 들어가 갈대숲에 숨겨놓은 중계기를 찾아냈다.

A씨 등은 또 한 달에 약 300만원을 주고 차량·오토바이로 상자를 싣고 다니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이동형 번호 변경 중계기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운영한 중계기가 수백 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 결과 A씨 등이 많은 중계기를 운영한 것은 중국의 여러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동시에 많은 전화번호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중계기 35대와 대포폰 180대, 대포 유심 1800개 등을 압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 모니터링 부업, 재택 알바, 서버 관리인 모집, 공유기 설치·관리 등을 빙자한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중계기 관리를 하게 되면 공범으로 처벌받는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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