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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한국 교육 거듭나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8 18:25

수정 2023.11.28 18:25

[fn광장] 한국 교육 거듭나기
우리나라가 디지털 강국으로 자리잡게 된 데는 읽기, 쓰기, 말하기, 셈하기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질서를 익히는 초등학교의 보편화를 일찍이 완성하고 이를 중고등학교 교육, 나아가 대학 교육으로 확장하는 데 국가 역량을 기울인 방향설정이 크게 기여했다. 내년 예산이 긴축적으로 편성되었지만 그래도 대폭 늘어난 부문이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예산이다. 개도국에 물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공여하기보다 지식공유프로그램(KSP)을 통해 발전의 지혜를 전수하는 방식이 인기를 끈다. 발전모형 중 우리의 모델이 선호되는 이유도 한국전쟁이라는 폐허 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 데 성공한 경험을 닮고 싶은 욕구가 바탕이 되고 있다. 결국 교육열에 기초해 보통교육의 획기적인 신장을 이루었고, 잘살아보고자 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는 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조화를 이루어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형성된 것이 개도국의 모범이 되고 있다.

정작 이러한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교육 패러다임이 적절히 진화하지 못하고 있어 교육투자의 효율성과 효과성이 예전 같지 않고,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던 교육사다리 모형 역시 빛이 바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여전히 교육부는 수능 개편과 글로컬대학 선정이라는 헛발질을 해대고 있고, 국가교육위원회는 전혀 존재감이 없다. 자율전공생도 의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슈가 왜 등장하는지 이해하기 곤란하다. 교육자치가 광역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정작 시민을 대상으로 일반적 서비스를 담당하는 일반 자치단체와의 협업은 시늉에 그치고, 교육감은 출신 진영에 따라 교육부 장관과 맞서기 일쑤다. 전국적으로 획일적인 한줄 세우기 패러다임이 자리잡다 보니 사교육 열풍을 잠재울 묘수는 난망(緣木求魚)한 셈이다.

이론을 이기는 현실은 없다. 교육은 시대 변화에 따라 진화해야 하고, 당연히 정부의 역할도 이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21세기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현시점의 인재상은 결코 20세기의 답습이어서는 안 된다. 제조업, 그것도 대량생산을 위한 컨베이어벨트 방식이 아니라 이제는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중시하는 맞춤형 학습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반복학습·선행학습을 통해 객관식 시험, 그것도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는 경쟁방식으로 측정하는 것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제때 옷을 갈아입지 못했기에 학교 현장에서 공교육은 붕괴하고, 선생님의 보람마저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대학도 15년째 등록금 동결 방식의 규제를 풀지 않는 한 고등학교보다 낮은 교육의 품질을 면하기 어렵다. 21세기 국가의 경쟁력은 당연히 연구개발 능력에서 나오고 이러한 연구개발의 중심에는 대학이 있어야 한다. 개별 대학 현장의 책임과 권한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명백한 미래 환경 속에서 좀비 형식의 정부 주도형 대학 구조조정밖에는 달리 대안이 보이지 않으며, 그 결과는 불문가지라 하겠다.

지방교육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은 당연히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학교자치에 기초해 지방 교육자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서울, 경기도와 같은 광역 단위가 아니라 시군과 같은 기초단위가 되어야 하지만 대도시의 자치구 단위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교육이 아동복지나 청소년정책, 평생학습정책과 괴리되어 칸막이 행정을 할 필요가 있을까.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세금을 내는 납세자 중심, 학생 중심으로 관점이 전환되어야 한다.
디지털전환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현재와 같은 교육부의 획일적인 통제 중심 교육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디지털 교과서, 인공지능(AI) 학습도우미 등 맞춤형 학습모형도 상향식으로 의사결정하고, 교육부가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실효성이 있다.
정부가 달라져야 교육생태계가 다시 공진화할 수 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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