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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과도한 형벌 손질해 기업 리스크 덜어주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8 18:25

수정 2023.11.28 18:25

국회 제출 140건 중 통과 1건뿐
세계 꼴찌 기업 법경쟁력 높여야
경제형벌 개선 과제 입법 현황. 자료=대한상공회의소
경제형벌 개선 과제 입법 현황. 자료=대한상공회의소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과도한 경제처벌법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정부도 이를 바로잡기 위해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관련 법률 개정작업을 추진했으나 결과적으로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정부가 건의한 경제 형벌 개선과제 140건 중 국회를 통과한 것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상의는 지난 27일 건의문을 내고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21대 국회는 일할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말로만 민생을 떠들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본연의 임무를 해내야 할 때다.


140건 가운데 통과된 유일한 법안은 벤처투자법이다. 무의결권 주식을 취득한 대주주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주식처분명령을 위반하면 기존에는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했는데 이를 3000만원 과태료로 개정한 것이 전부다. 대한상의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호객행위를 형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것 등을 시급한 입법과제로 꼽는다.

공정거래법상 형벌로 처벌받는 지주회사 설립·전환 신고 위반의 처벌 수위를 과태료 부과로 낮춰달라는 요구도 들어 있다. 핵심은 과도한 형벌 폐지, 과태료 전환, 선(先)행정제재 후(後)형벌, 형량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중대한 경제범죄는 엄하게 다스리고 재발방지를 위해 강력한 제재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기업도 준엄한 법의 심판을 피해갈 순 결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경미한 경제범죄까지 과도하게 응징하고 처벌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해외에선 중대하지 않은 경제범죄의 경우 인신을 구속하는 형벌을 지양하는 추세다. 전과 낙인만 찍는 재산 형벌도 최소화하는 대신 범칙금 등 행정 벌금이나 행정 제재에 무게를 둔다. 실제 유럽 상당수 국가가 수년 전부터 경제 관련 범죄의 비범죄화 노력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해왔다. 이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반기업 정서가 강한 우리나라는 세계의 규제완화 기류가 통하질 않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세계경쟁력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 법경쟁력 성적은 매번 저조하다. 올해도 '기업 법·규제 경쟁력' 부문에서 64개 국가 가운데 61위로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과도한 기업처벌은 기업 투자활동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외국인투자자들을 밀어내는 역효과를 낳는다. 해외에서 앞다퉈 규제를 완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실에 맞지 않는 법령 한 줄의 규제에 기업의 생사가 갈릴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당한 말이다.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 만능주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절실하다. 기업 숨통을 죄는 140건 과제를 비롯해 광범위한 규제 족쇄를 속히 풀어 기업이 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저성장의 고통을 단축하려면 기업들의 자유로운 영업 보장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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