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거래이력부족 ‘씬파일러’… 신용점수 이의제기 수용 4년간 0건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8 18:47

수정 2023.11.28 18:47

0.04%만 신용점수 800점 이상
대부분 700점대 중저신용자로
대출때 금리 등 불이익 없도록
‘대안신용평가’ 고도화 목소리
금융거래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thin-filer)들은 신용평가사에 이의제기를 하더라도 최근 4년간 수용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수산정에 필요한 신용정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씬파일러 대부분은 신용점수 700점대 중저신용자로 분류된다. 이들이 대출금리 산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신용평가사와 은행들의 대안신용점수체계(CSS)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평가사 KCB와 NICE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씬파일러가 이의를 제기해 수용된 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KCB에서는 최근 4년간 총 64건의 이의제기를 받았지만 수용된 건 없었다.


KCB는 "금융거래이력부족자의 경우 열람 및 정정청구 대상인 신용정보가 없는 상태"라며 "국민연금·건강보험·통신요금 납부정보 등을 등록하면 신용점수 상승요인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NICE에서도 최근 4년간 97건의 이의제기가 접수됐지만 수용된 건은 전무했다. NICE신용평가는 "이의제기 신청 건 중 대부분이 신용평점 산출 사유, 상향 방법 등 문의에 답하는 형태인데 이를 수용건수로 집계하지는 않았다"라며 "정정처리가 필요한 건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수용률이 높지 않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약 1200만명의 씬파일러 대부분이 중저신용자로 대출금리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점이다. 금융거래이력 부족→낮은 신용점수→높은 대출금리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말 기준 KCB는 1193만7488명을 씬파일러로 집계했다. NICE에서는 총 1210만878명을 씬파일러로 봤다. NICE에 따르면 씬파일러 중 0.04%만 800점 이상 점수를 받았다. 700점 이상~750점 미만이 53.38%로 가장 많았고 750점 이상~800점 미만이 25.60%로 뒤를 이었다. 통상 중저신용자로 분류되는 700점대가 약 80%에 달하는 것이다. 정책서민금융상품 지원 대상이 되는 700점 이하 저신용자 비율은 20.97%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에서도 대출을 내주는 은행들에 신용평가체계 혁신을 통한 중저신용자 포용을 강조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17개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은행이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혁신해나가는 스마트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라며 은행의 혁신을 재차 강조했다. 금융위 올해 업무계획에도 "신용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게도 정확한 신용평가를 통해 원활한 자금공급이 이뤄지도록 빅데이터·AI(인공지능) 기반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에서는 씬파일러에 대한 대안신용평가 고도화를 내년 은행산업 화두로 제시했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지난 7일 금융연구원 세미나에서 "대안CSS는 은행산업 혁신과 상생의 핵심 요소"라며 "본질적으로는 신용점수가 선형적으로 나올 수 있게 해서 중저신용자가 적정한 금리체계를 적용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현 금감원 은행감독국장도 "행동모형기반 신용평가모델이 은행권 수익모델로 정책되길 바란다"며 "씬파일러도 금융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대안신용평가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알뜰폰 사업 등 비금융 분야에 지출한 은행과 금융지주에서 통신정보, 유통정보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금융거래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가 금융소비자로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박재호 의원은 "금융사각지대로부터 금융소외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법 통과 등 제도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라며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가 금융회사에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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