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한은, 7연속 3.50% 동결 전망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30 05:00

수정 2023.11.30 05:00

한은 금통위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10월 소비자물가 3.8% 올랐지만
저성장+금융안정 리스크 고려해 '또 동결' 전망
7회 연속 동결로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매파적 발언 강도'가 시장 관심..향후 정책 가늠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19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19 [사진공동취재단]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했다. 사진=뉴시스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3.50%로 7회 연속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는 높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경기가 둔화되고 금융안정 위험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고물가와 미국 통화정책 변수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오전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고물가와 저성장이라는 복합위기에서 운신 폭이 좁은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3.8% 올라 한국은행 목표 수준(2.0%)을 큰 폭 상회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5.2%를 기록한 후 지난 7월에는 2.3%까지 둔화됐다. 하지만 지난 8월 3.4%로 반등한 후 10월까지 세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10월 3.2%로 나타났다. 지난 7, 8, 9월 각 3.3%를 기록해 경직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로 여전히 높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을 2% 이하로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 제1의 목표인 '물가안정'만 고려하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미국 통화정책 △가계부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실 등 변수도 있다.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지난 10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비교해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CME페드워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년 5월 금리를 0.25%p 인하할 가능성을 50%로 점치고 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대비 3.2% 올라 시장 예상치를 밑돈 데다, 10월 개인소비지출(PCE)도 인상폭이 전월(3.7%)대비 축소됐을 것이라는 게 시장 예상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5.25~5.50%)간 금리차는 2%p로 역대 최대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종료하고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는 한미금리차에 따른 투자자금 유출 압력이 낮아지게 된다. 지난 10월 4일 1363.5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29일 1289.6원으로 거래를 마쳐 약 74원 하락했다. 이번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2회 연속 동결해 미국 긴축종료 기대감이 커지면서 환율이 내려 한은 금통위로서도 부담을 덜게 됐다.

2일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7.3% 올라 전월(3.7%)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그래픽=연합뉴스
2일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7.3% 올라 전월(3.7%)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그래픽=연합뉴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5조8천억원이 늘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1조1천억원 증가했다. 그래픽=연합뉴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5조8천억원이 늘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1조1천억원 증가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가계부채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올릴 경우 금융안정 리스크도 우려된다. 금리상승으로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0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108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대비 6조800억원 증가한 것으로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5조8000억원 늘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금리를 0.25%p 인상하면 차주 부담은 3조원 늘어날 걸로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도 있다. 이 총재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금리인상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 부동산 PF라고 언급했다.

시장의 시선은 한은 메시지에 쏠려 있다. 동결한 후 얼마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내놓을 지에 따라 금리인하 시점을 예상할 수 있어서다.

지난 10월 19일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를 3.50%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6명 중 5명이 최종금리 수준을 3.75%로 열어두고 1명은 금리인하와 금리인상 모두 가능한 선택지라며 금리인하 카드도 열어뒀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후 첫 금리인하 의견이다.

다만 높은 물가상승률 수준을 고려할 때 '매파적 동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시장의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더 강한 매파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통위는 지난 10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오늘 금리를 동결하면 2월부터 4·5·7·8·10·11월까지 총 7회 연속 동결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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