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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 대출이 128만원으로"..날짜안에 못갚자 나체사진 협박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30 12:00

수정 2023.11.30 14:39

국세청, 검찰·경찰 공조로 163명 동시 조사
악질적 불법사금융업자에 錢主까지 찾는다
조사과정 기간 최대 10년, 금융조사도 병행
국세청 정재수 조사국장이 30일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에서 불법사금융 세무조사 착수 방침을 밝히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 정재수 조사국장이 30일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에서 불법사금융 세무조사 착수 방침을 밝히고 있다. 국세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1. A씨는 20~30대 지역 선·후배들을 모아 조직을 만든 뒤 가명, 대포폰으로 연락하는 불법사채조직을 운영했다. 대상은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취업준비생, 주부 등이었다. 20만원을 빌려주고 7일 후 128만원을 받았다. 금리는 연 2000%가 넘었다.
변제기일이 지나면 채무자 얼굴과 다른 사람의 나체 사진을 합성한 전단지를 가족, 지인에게 전송하겠다고 협박하는 '나체추심'도 일삼았다.


#2. B씨는 불법대부업 전과가 있는 지인들을 모아 조직을 만들고 인터넷 대부업체를 운영했다. 합법업체로 가장한 후 "연체자, 누구나 대출가능"이라는 광고를 뿌렸다. B씨는 채무자를 모집, 단기·소액 대출을 해주며 5000% 이상의 고금리 이자를 수취했다. 특히 시간당 연체료를 붙였다. 예를들면 15만원을 대출해 주고 7일 만기 28만원 상환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시간당 연체료를 부과하고 동일업체에서 재대출 돌려막기를 강요하는 방법으로 한달만에 약 5000만원으로 채무가 늘어난 경우도 있었다.

#3. C씨는 저축은행을 사칭해 서민대상 '햇살론' 대출을 중개한다고 홍보했다. 햇살론은 대출중개가 필요없는 상품이지만 저신용도인 서민층을 노렸다. 대부금액의 최대 50%를 불법 중개수수료로 편취했다. 차명계좌 및 대포폰을 이용해 수익을 은닉했다. 중개과정에서 입수한 명단과 개인정보를 광고성 스팸문자 발송에 사용될 대포폰 개통에 활용하도록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했다.
불법 사금융 사례. 국세청 제공
불법 사금융 사례.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취업준비생, 주부 등의 절박한 상황을 악용해 수 천%에 달하는 살인적 고금리를 뜯거나 '나체추심'등 불법추심한 사채업자 89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세무조사 대상은 중개업자 11명, 추심업자 8명도 포함됐다.

30일 국세청은 이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불법사금융 세무조사 착수와 불법사금융 척결 태스크포스(TF) 설치방안을 발표했다. 불법사금융업에 대한 조사로는 역대 최대규모다.

조사 대상은 전국적으로 총 163명이다. 사채업차, 중개업자, 추심업자 등 불법사금융자가 108명이다. 불법 대부이익을 얻었지만 세금을 내지 않은 31명은 자금출처 조사를 벌인다. 대부업 세무조사에서 불법, 탈법이 확인돼 세금을 추징받았지만 재산을 은닉한 고액 체납자 24명은 재산추적조사에 착수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사채업자들은 노숙자 명의로 위장업체를 만들고, 서민·소상공인에게 카드깡 대출을 해 준 뒤, 카드 매출채권 담보로 금융기관과 신탁을 체결해 대부수입의 자금세탁 방법을 사용했다. 폰지사기꾼에게 운영자금을 대여해 주거나,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것으로 위장해 세금을 축소한 사채업자도 있었다.

대부업체 배너광고 대가로 얻은 수입을 신고누락한 대출중개 플랫폼 운영업자, 저축은행을 사칭해 '햇살론'을 중개하고 불법수수료 수입을 챙긴 중개업자 등도 대상이다. 부실채권 매입을 차명으로 운용해 관련 수익 신고를 누락한 채권추심 대행업체도 포함됐다.

국세청의 이번조사는 검찰과 협업을 통해 강도 높게 진행된다. 적극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고 추징세액 일실방지를 위해 확정전 보전압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형태다. 또 조사대상 과세기간을 최대한 10년으로 늘려, 탈루세금을 철저히 추징하는 방식이다. 자금출처조사는 금융추적조사도 병행한다.

국세청 불법사금융 척결TF는 국세청 차장을 단장으로 세무조사분과, 재산추적분과, 체납징수분과로 구성됐다. 세무조사분과는 조사국장, 재산추적분과는 자산과세국장, 체납징수분과는 징세법무국장이 분과장을 맡는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는 대부업법을 위반해 관할 지자체에 등록하지 않고, 계속·반복적으로 서민으로부터 고금리 이자를 수취해 탈세한 지역토착 사금융업자도 포함됐다"며 "전주 파악에까지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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