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신경질환 치료 물질을 쉽게 만들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01 14:26

수정 2023.12.01 14:26

KAIST, 세큐리네가 알칼로이드 합성법 개발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에 적용 가능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한순규 교수(왼쪽)와 강규민 석박사통합과정생이 광대싸리를 보여주며 약물 합성법을 설명하고 있다. KA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한순규 교수(왼쪽)와 강규민 석박사통합과정생이 광대싸리를 보여주며 약물 합성법을 설명하고 있다. KA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한순규 교수팀이 국내 자생하는 광대싸리에서 얻는 약물을 간단하게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1일 KAIST에 따르면, 연구진은 약용식물 추출물에서 단 세 단계 만에 퇴행성 신경질환 등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로 개발 가능한 물질인 '수프라니딘 B'를 합성했다. 이는 수십 년간 밝혀지지 않은 이들 물질이 자연에서 합성되는 과정을 밝혀낸 것이다.

한순규 교수는 "수프라니딘 B를 간단하게 생산할 수 있게 됐을 뿐만아니라 매우 복잡한 세큐리네가 천연물의 생합성에 대한 이해 또한 높일 수 있었다"며 "고부가가치 국내 자생 약용식물을 합성화학적으로 또는 합성생물학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학문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약용식물인 광대싸리는 '세큐리네가 알칼로이드'라는 천연물로 항암 및 신경돌기 성장 촉진 등 다양한 약리 활성을 보여 수십 년간 합성화학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들 물질 군에는 기본 골격으로부터 산화되거나 사슬처럼 연결된 형태를 갖는 100여 종의 복잡한 천연물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간단한 기본 골격체의 합성은 잘 정립돼 있었던 반면, 초복잡 화합물의 합성은 난제로 남아 있었다.

그 중 '수프라니딘 B'도 초복잡 세큐리네가 천연물 중의 하나로, 신경세포의 신경돌기 성장을 촉진해, 퇴행성 신경질환이나 신경 절단 등 현재는 난치성인 신경질환의 치료제로 기대되는 물질이다. 그러나 식물 1㎏당 추출량이 0.4㎎에 그칠 정도로 극히 적고 정제 또한 어려워 추가적인 연구에 제한점이 많았다.

연구진은 세큐리네가 천연물인 알로세큐리닌과 시중에서 값싸게 구할 수 있는 누룩산 유래 물질로 단 3단계 만에 수프라니딘 B를 합성했다.

수프라니딘 B와 같이 복잡한 천연물을 이렇게 짧은 과정으로 합성해 낸 사례는 몹시 드물다. 연구진은 "이는 수프라니딘 B의 세계 최초 합성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로부터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간단하게 만들어 낸 일종의 '분자 연금술'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체모방 합성은 자연이 천연물을 합성하는 과정, 즉 생합성을 모방해 복잡한 천연물을 합성한다.
합성 과정에서 생합성 경로에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는 중간체들의 화학적 반응성을 탐구할 수 있어 해당 물질의 생합성 경로를 더욱 깊게 이해할 기회를 제공한다. 세큐리네가 알칼로이드는 1956년 최초로 발견됐으나 현재까지도 생합성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KAIST 화학과 강규민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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