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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국 저출산, 흑사병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한 외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03 19:18

수정 2023.12.03 19:18

저출산위원회 조직으로는 불감당
장단기 계획 세워 실천에 옮겨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사진은 한 병원의 신생아실./사진=연합뉴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사진은 한 병원의 신생아실./사진=연합뉴스

출산율 하락으로 한국 인구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현재 합계출산율 1.8명인 북한이 어느 시점이 되면 남침할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에 글을 쓴 사람은 로스 다우서트라는 칼럼니스트다. 그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0.7명으로 줄어든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소개하며, 이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구성원이 200명이라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칼럼니스트의 자극적인 표현 그대로 우리의 미래가 흘러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외신 보도를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도대체 우리 정부나 관리들은 저출산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느냐 하는 근본적 질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지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모든 정책의 추진력은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출산율 통계치가 한 번의 반전도 없이 고꾸라지고 있는데도 어느 국가 조직이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는가. 권한과 추진력이 부족한 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중차대하고도 거대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일임하다시피 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알다시피 저출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칼럼니스트는 잔인한 입시경쟁과 페미니스트들과 반페미니즘의 대립을 꼽았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우선 원인부터 명확히 파악하고 제시해야 그에 맞는 정책들을 펼쳐 나갈 수 있다. 원인 분석부터 정책 집행까지, 주관하는 부처도 명확하지 않은 데다 컨트롤타워도 알지 못할 정도이니 답이 없다.

현재 우리 정부가 저출산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손을 쓸 수가 없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수십년간 수백조원을 쏟아부었는데도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이 많다 보니 무기력증에 빠져 자포자기하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이 들 정도다. 아이 낳으라고 입으로만 떠든다고 낳지 않던 아이를 갑자기 낳지 않는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특히 저출산 문제는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장단기 정책을 조합해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야말로 금물이다. 그야말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특단의 아이디어를 찾아내야만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

대통령이 형식적인 위원장이고 실권은 없는 소규모 위원회 조직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아이 낳으라고 홍보하는 것도 그 단계를 지났고, 정부 기관이 남의 일처럼 대책을 촉구하는 것도 유체이탈식 대응이다. 위원회가 실권이 없다면 혁신적 정책공모라도 해서 실행에 옮기도록 행정부를 졸라대야 한다.

현재 상태로 도무지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면 조직부터 바꿔야 한다. 국무총리에게 다른 것은 신경 쓰지 말고 저출산만 챙기라고 할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부처 한둘을 없애고 저출산 담당 부처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인구는 국력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다. 전부 내 일이 아니라고 인구 문제를 떠밀어 내는 사이 한국은 서서히 침몰해 간다.
외신의 지적대로 정말로 북한이 남한을 얕잡아보고 남침을 기도할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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