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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더 세진 美 IRA 지침, 공급망 체질개선 기회로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03 19:18

수정 2023.12.03 19:18

中지분 25%만 있어도 '우려기업'
부품, 소재 근본 혁신만이 살 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1주년 기념행사에서 지지자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1주년 기념행사에서 지지자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세부규정을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중국 기업 지분이 25% 이상인 합작법인까지 '외국우려기업(FEOC)'으로 지정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예상보다 강한 규제로 볼 수 있는 조항도 있어 우리 기업의 면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도 고군분투하는 민간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 당국과 적극 소통하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IRA 보조금은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약 970만원)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식이다.
미국 당국은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배터리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보조금 혜택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앞서 밝혔는데 관련된 FEOC 세부지침을 비로소 공개한 것이다.

미국 당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의 국가 통제를 받거나 해당 정부 지시에 영향을 받게 되는 기업을 FEOC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중국 내 모든 기업은 FEOC 적용을 받게 된다. 이뿐 아니라 중국 밖에 설립됐다 하더라도 중국 지분율이 25% 이상인 해외 합작법인까지 FEOC에 포함시킨 것은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중국 견제 의지를 다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지분율 25% 이상' 합작사에 대한 보조금 제외는 미국 반도체법 기준과 동일하다. 하지만 중국 의존이 심한 배터리 공급망 특성상 IRA 규정은 이보다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예상을 비켜간 것이다.

당장 지분 추가 확보가 다급해진 우리 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LG화학,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기업들은 니켈 등 핵심광물과 양극재, 전구체 등 분야에서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협력 중인데 대부분 지분율이 51대 49 정도라고 한다.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갈수록 더 세질 것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2일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한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은 매일 눈뜨면 우리의 수출통제를 피해나갈 방법을 찾으려 한다"며 "미국 기업이 돈을 못 벌게 해도 중국이 독일, 네덜란드, 일본, 한국에서 기술을 구할 수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했다. 대중국 수출통제에 동맹국이 적극 공조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신세이긴 하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공급망 체질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 추진 중인 합작법인의 경우 중국 지분율을 대폭 낮춰 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흑연 등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선 공급처 다변화를 이끌어내고 동시에 대체재 개발에도 속도를 더 내야 한다. 부품, 소재에 대한 근본 혁신만이 탈중국의 길이 될 수 있다.
민관이 똘똘 뭉쳐 대외 파고를 잘 헤쳐나가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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