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수익 다변화’ 과제 급한 은행… ELS 판매중단에 제동걸리나

이승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04 18:21

수정 2023.12.04 18:42

은행·비은행 융합 촉진 개선안 ‘이자장사’ 비판 등에 후순위로 밀려
4대금융 비이자수익 비중 10%대.. ELS 악재에 연내 논의 어려울듯
은행업계 숙원이던 '은행·비은행 간 융합 촉진' 개선안이 당초 발표 기한이었던 올해 3·4분기를 넘어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 수익원 다변화 필요성에 대해 금융당국도 공감하지만 연초 은행권 '이자 장사' 비판으로 후순위로 밀린 데 이어 개선안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은행권 금융 사고도 줄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은행권을 향한 당정의 상생 금융 압박이 거세고 홍콩 항셍중국기업펀드(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우려를 시작으로 은행권 파생상품 판매에 대한 문제 제기도 줄 잇고 있어 은행권 비이자이익 확대는 풀기 더 어려운 숙제가 됐다.

■금융·비금융 융합 촉진 방안 무기한 연기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가동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설정한 6개 과제에 대해 굵직한 개선안이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유독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만큼은 논의가 길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의 수익구조가 글로벌 은행에 비해 예금금리와 대출 금리 간 차이에 기반한 이자 이익 중심이라는 문제점에 착안, 관련한 은행업권 규제를 일부 해소해 주기로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자산관리서비스를 활성화하고 △금융·비금융 융합을 촉진하고 △벤처투자 및 해외 진출 확대 등을 통해 은행권 업무와 수익원을 대변화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경쟁 촉진, 금리 체계 개선 등 은행권 규제를 강화하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졌던 6개 과제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은행권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과제로 주목 받았다. 벤처펀드 출자 한도 상향이나 해외 진출 확대 등 개선 방안은 계획대로 진행된 반면, 은행권이 가장 기대했던 '금융·비금융 융합 촉진' 방안은 당초 3·4분기 세부방안 발표 예정이었으나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당시 은행권에서 경남은행 횡령, 대구은행 불법 계좌 개설, 국민은행 미공개정보 이용한 주식 투자 등 금융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비판 여론이 거세진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도 상생 금융 질타가 이어지고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방안도 발표된 상황이라 은행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도모하기는 시기상 쉽지 않아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상생 금융도 있고 연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한 과제가 산적했다"며 "비금융 쪽 얘기도 듣고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규제에 비이자 사업 제동 걸리나

비슷한 상황은 지난해에도 재연된 바 있다. 금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관련 TF 운영을 통해 윤곽 잡힌 데 이어 다음 과제로 출자한도 제한 등을 풀 수 있는 금융지주법 통과가 지목됐지만 '이자 장사' 여론이 불거지면서 뒤로 밀렸다. 논의가 한창 무르익다가 연초 출범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에서는 네 번째 과제로 포함된 배경이다. 이에 올해 3·4분기에도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비이자수익 비중은 18.79%로 여전히 10%대에 머물렀다.

더 큰 문제는 금융·비금융 경계 완화 외에 은행이 현재 영위하고 있는 비이자 사업에 대해서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홍콩 ELS 등 파생상품 판매로 은행권에서 수조원대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며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4일부터 홍콩 ELS 판매를 모두 종료했는데 이에 더해 금융당국의 추가 규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ELS 상품 구조에 대해서 사는 사람은 물론 파는 사람조차도 이 상품을 모르고 판매한 것이 상당히 문제 있다고 본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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