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항산화 첨가제로 배터리 노화 막았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05 10:38

수정 2023.12.05 10:38

UNIST, 인체 항산화 작용 모방 전해액 첨가제 개발
350배 싼 재료로 4배 이상 오래 사용하게 만들어
배터리. 게티이미지 제공
배터리.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송현곤·이현욱 교수팀이 배터리를 값싼 재료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재료 '구아이아콜'은 생체 반응을 모방한 전해액 첨가제로 배터리 양극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를 없애 배터리를 4배 정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재료비용이 1g당 약 1200원 정도여서 연구진이 이전에 발표했던 무기물 항산화 첨가제보다 350분의 1 수준이다.

송현곤 교수는 5일 "구아이아콜은 이전에 발표한 무기물 항산화 첨가제의 항산화효소 모방 촉매 특성을 이은 루테늄 기반 리튬 과잉 양극용 최초의 유기물 항산화 첨가제"라며 "리튬 과잉 양극 뿐만아니라 활성산소가 문제 되는 다른 고용량 양극에도 적용해 전기화학적 특성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배터리의 수명과 성능을 떨어뜨리는 활성산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산화제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항산화제에는 '페놀'류가 있는데, 양성자 이동을 통해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때문에 리튬 이온 기반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는 적합하지 않다.


연구진은 인체 안에서 활성산소를 없애는 작용 원리를 차용해 페놀류 항산화제를 리튬 이온 배터리용 첨가제로 변모시켰다. 페놀에 메톡시 그룹을 결합해 항산화효소를 모방한 촉매인 '구아이아콜'을 만들었다. 구아이아콜은 리튬화 된 활성산소와 결합해 활성산소를 화학적으로 변하지 않는 '리튬 과산화물'과 '산소'로 바꾼다.

연구진은 컴퓨터적 계산을 통해 구아이아콜이 리튬화 된 활성산소의 흡착에너지와 불균등화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감소시켜 효율적으로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밝혔다. 즉, 구아이아콜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면서 불균등화 반응을 촉진해 활성산소로 인한 나쁜 반응을 막는 것이다.

구아이아콜은 전해액에 소량(0.3 wt%) 첨가하면 전해질 용매 대신 활성산소와 반응해 전해액 분해를 막는다. 첫 번째 충전 시 산화되면서 양극에 보호막을 형성해 배터리를 사용하는 동안 구조가 변화하는 것을 막는다. 구아이아콜은 기존 전해질과 비교해 80%까지 용량을 유지하며 약 4배 정도 길게(65회 정도의 충·방전) 배터리를 사용하게 해준다.
200회의 충·방전 실험에서도 70%까지 높은 용량 유지율을 보였다.

제 1저자인 이정인 에너지화학공학과 연구원은 "항산화제를 배터리에 적용시키는 사례는 여럿 있었지만, 항산화제인 페놀과 불균등화 촉매인 구아이아콜을 비교해 전기화학적 분석을 통한 작용 방법을 밝혀낸 것은 처음"이라며 "추후 배터리의 활성산소를 제어하기 위한 분자구조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첨가제를 화학 분야의 권위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