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선물·옵션

공매도 막자 선물에 돈 몰려..."선물가격 싼 종목 조심해야"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05 15:58

수정 2023.12.05 15:58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제공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6일부터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면서 개별주식 선물시장에 헤지(hedge)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 선물가격이 저렴한 종목은 매도차익거래가 쌓여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결제약정, 2년 5개월 만에 최대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별주식 선물 거래대금은 68조5177억원으로 10월(66조1226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으로 보면 지난달(3조1144억원)이 지난 10월(3조4801억원)보다 더 적었다.


전문가들은 '미결제약정'에 주목했다. 지난달 개별주식 선물의 미결제약정은 723만3168계약으로 올해 1~10월 평균(500만7192계약)보다 44.45% 많다. 코스피지수가 3200을 넘던 2021년 6월(742만6095계약)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대치다. 당시에도 금융당국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며 개별주식 선물의 거래량이 급증한 바 있다.

미결제약정은 선물·옵션시장 투자자가 선물·옵션계약 후 반대매매나 결제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남긴 선물계약의 총수다. 미결제약정의 증가는 새로운 자금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안타증권 정인지 연구원은 "미결제약정 수량이 지난달 9일 만기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라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공매도 금지 이후인) 11월 6일 이후 이어지고 있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매도 포지션에 진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 강송철 연구원도 "시장조성자 활동 위축으로 개별주식 선물거래도 악영향을 받고 있지만 공매도 금지에 따라 주식 매도 헤지나 주가 하락 베팅을 해야 하는 자금 일부가 개별주식 선물거래로 이동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선물價 낮은 종목 주의해야"
선물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은 '백워데이션'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지난 4일 1만2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최근월물 선물가격은 이보다 0.75% 낮은 1만234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일반적으로 선물은 현물보다 높은 가격에 형성된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과 거래비용 등을 반영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물 매도가 많아지면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백워데이션이 나타나는 종목들은 선물을 저렴하게 매수해서 현물을 매도하는 '매도차익거래'에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강송철 연구원은 "지난 4일 기준 기초자산인 주식 거래대금과 비교해 선물 미결제약정이 많은 종목 가운데 백워데이션이 자주 기록됐던 종목은 RFHIC, LG디스플레이, 씨젠, LG에너지솔루션, 넷마블, 천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이라며 "이들 종목은 매도차익거래 누적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4일 LG에너지솔루션의 거래대금은 1030억원이었는데 이날 남은 미결제약정의 환산 금액은 1693억원에 달한다.

강 연구원은 "주식선물 매도차익거래가 누적된 종목은 12월 선물만기일(14일)에 차익거래 청산에 따른 주식 매수가 유입될 수 있다"면서도 "선물 매도가 많은, 선물가격이 떨어지는 종목은 선물 만기 이후까지 주가에 긍정적인 신호로 보는 건 무리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정인지 연구원은 “단순히 공매도 금지로 주식선물 매도가 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선물과 현물 가격이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은 빠져야 할 현물 주가가 빠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공매도 금지로) 빠지지 않고 버티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하락하면 투자자 피해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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