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3가지 현미경을 하나로 만들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05 14:41

수정 2023.12.05 14:41

표준과학연구원, 융합 나노현미경 개발
탐침으로 두드려 소재 성질을 한번에 측정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원자힘현미경과 광유도력현미경, 전기힘현미경의 기능을 합친 융합 나노현미경을 개발했다. 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원자힘현미경과 광유도력현미경, 전기힘현미경의 기능을 합친 융합 나노현미경을 개발했다. 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원자힘현미경과 광유도력현미경, 전기힘현미경의 기능을 합친 융합 나노현미경을 개발했다. 이 현미경은 렌즈 대신 끝이 바늘처럼 뾰족한 기능성 탐침으로 시료를 두드려 그 안팎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나노 소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성질을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다.

5일 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이번에 개발한 현미경은 기존 원자힘 현미경의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제작할 수 있어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유리하다. 융합 나노현미경이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된 첫 사례다.


표준과학연구원 이은성 나노분광이미징팀장은 5일 "이 현미경이 나노 영역에서 양자물질을 포함한 다양한 융복합 신소재 성질을 연구해 나노 소재, 부품, 장비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융합 나노현미경의 측정 물성을 광·전기적 성질 외에 자기적 성질까지 확대하면 나노 영역에서 광·전·자기적 성질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의 또다른 강점은 융복합 물성을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소적으로 물성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미경의 탐침으로 시료 표면을 긁어 전자가 가해지는 양을 조절하면 소자의 광·전기적 성질을 동시에 스위치처럼 제어 가능하다. 융복합 성질을 응용한 회로 디자인, 소자 설계에 쓰일 수 있다.

표준과학연구원 이은성 나노분광이미징팀장이 측정시료가 놓인 융합 나노현미경 내부로 레이저빔을 유도하고 있다. 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표준과학연구원 이은성 나노분광이미징팀장이 측정시료가 놓인 융합 나노현미경 내부로 레이저빔을 유도하고 있다. 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융합 현미경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나노 소재는 이중층 그래핀이다. 단층 그래핀에 비해 기계적 강도와 유연성, 열전도율이 높아 응용 잠재력이 뛰어난 물질로 손꼽힌다. 각 층에 가해지는 전압을 달리하거나 겹쳐진 각도를 변형함에 따라 초전도성을 비롯한 다양한 물성을 띈다.

연구진은 융합 나노현미경을 이용해 이중층 그래핀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적외선 흡수반응의 원리를 나노 영역에서 밝혀냈다.
그래핀은 이중층으로 구성하면 단층 구조일 때와 달리 적외선을 흡수하는 영역이 생겨난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이 그래핀 두 층 간의 전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을 융합 현미경을 통해 확인하고, 인위적으로 전하 불균형을 조절해 적외선 흡수 성질을 제어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현미경을 광학 분야 저명 학술지 '라이트: 사이언스 앤 애플리케이션(Light: Science & Applications)'에 발표했으며, 기술이전 및 해외 특허출원 예정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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