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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기업의 선한 영향력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05 18:43

수정 2023.12.13 10:47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보면서 느낀 바가 많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의 압도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가자지구 전체가 촘촘한 땅굴로 요새화되어 이스라엘도 큰 피해를 볼 것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하마스는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한 달도 안 돼 지휘부가 붕괴했다. 왜 그랬을까? 이스라엘의 철저한 준비 덕이었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의 민심 이반도 원인이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했을 때 이들이 땅굴의 위치정보를 주었고, 심지어 민간인으로 위장한 하마스 대원들이 누군지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하마스는 자국민에게 버림받은 것이다. 국민을 포탄받이로 썼으니 그럴 만하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기업의 생존도 유사해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카카오라는 회사 때문에 시끄럽다. 이 회사를 보면 이게 정상적 기업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비즈니스의 많은 영역이 골목상권 파괴용이다. 꽃배달, 대리운전, 미용 등 골목상권 교란 비즈니스에 열을 올렸다. 이렇게 만든 기업이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하면 127개다. 기업 수가 많다는 것만으로 그른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회사는 건강한 기업을 키우려고 계열사를 늘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이들 중 쓸 만한 기업을 상장해 자본이득을 얻고자 함에 있다.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사모펀드와 결탁해 불법적으로 사들인 이유를 보면 알 수 있다. SM을 인수해 자신들의 음원유통회사와 결합,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켜 IPO 가격을 불리려고 했단다. 이 기업의 경영진은 스톡옵션을 이용해 먹튀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데이터센터의 백업 없이 카카오톡을 운영하다 화재로 국민메신저를 127시간 동안 먹통이 되게 하기도 했다. 위험에 대비한 투자에 인색했다는 말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카카오 경영진의 인식과 관련이 있다. 최근 경영은 이해관계자 경영으로 발전하고 있다. 오너나 주주뿐만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 특히 사회와 함께 번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영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기업은 사회라는 물 위에 떠있는 배'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조선의 유학자 조식의 '백성은 물, 임금은 물 위의 배'를 빌려 표현한 것이다. 카카오에는 이 인식이 없었다. 하마스가 순식간에 붕괴한 이유도 자신들을 국민이라는 물 위에 뜬 배로 인식하지 못해서다.

여기에 '선한 영향력'에 대한 철학도 있어야 한다. 2022년 교보문고는 1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회사는 교보생명의 자회사다. 손익 관점에서만 보면 큰 질책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손실은 설립자 신용호 회장의 철학과 무관치 않다. 교보문고 설립 시 금싸라기 땅에 돈 안 되는 사업을 왜 하느냐는 임원들의 극렬한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이 사업을 밀어붙였다. 그러곤 경영방침도 주었다. "책만 빼 보고 안 사도 눈총 주지 말 것, 책을 베껴도 그냥 둘 것, 책을 훔쳐가도 망신 주지 말고 조용한 곳에서 타이를 것" 등이다. 그러니 오롯이 돈만 버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의 인공지능(AI) 발전은 동원산업 김재철 회장의 공이 크다. 그는 2020년 AI 인재 육성에 써달라고 카이스트에 500억원을 기부했다. 이것이 한국 AI산업의 초석이 되었다. 두 회사의 이런 행동을 '선한 영향력'이라고 한다.

카카오는 반대로 행동했다. 사회는 이런 기업에 대해 상응하는 풍랑으로 침몰시키는 힘을 가지기 시작했다.
카카오 주가 폭락이 예다. 이 주식을 산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카카오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 기업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box5097@fnnews.com 김충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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