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오락가락' 정책 한달, 中企는 존폐 위기

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07 18:07

수정 2023.12.07 18:41

[기자수첩] '오락가락' 정책 한달, 中企는 존폐 위기
[기자수첩] '오락가락' 정책 한달, 中企는 존폐 위기

"대출 만기는 도래했는데 매출은 발생하지 않고 엎친 데 덮친 격이죠. 폐업은 이제 막 시작될 거예요."

최근 한 친환경 빨대업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업체들의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판로가 막히고 매출이 급감해 업계 전체가 줄도산 위기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회용품 정책을 뒤집은 지 딱 한 달 만이다.

앞서 지난달 7일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규제 계도기간 종료를 약 2주 앞두고 돌연 새로운 일회용품 관리방안을 내놨다.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금지 조처는 철회하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조처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규제로 인한 소상공인의 부담을 고려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오락가락' 정책으로 친환경 빨대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정책에 따라 생산설비를 확대하며 시장진입을 준비했는데, 하루아침에 정책이 뒤바뀌며 사업 기반을 잃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 발표가 있고 난 뒤 업체들엔 반품·취소 문의가 빗발쳤고 매출이 급감했다. 현재 쌓인 재고만 수억개에 달한다. 정부 정책을 믿었다가 '낭패'를 본 셈이다.

특히 친환경 빨대업체 대다수는 작고 영세한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는 달리 자본력도, 인력도 부족해 외부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이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갑작스러운 변화엔 대응할 여력도, 버틸 재간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3년간의 코로나19를 버티며 기초체력도 약해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플라스틱 빨대 시장이 닫힐 거라고 믿고 코로나19 때도 계속해서 빚을 내 버텨왔다"며 "대표들은 개인신용까지 끌어다 썼기에 더 이상 금융적으로도 버틸 힘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경영상의 어려움에 쐐기를 박아버린 것이다.

뒤집힌 정책으로 업체들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방침 철회는 아니라며 빠른 시간 내 계도기간 종료 시점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피해를 입은 업체들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건 그 어떤 것도 없다.

정책을 뒤집은 지 딱 한 달이 지났다.
그사이 많은 영세기업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환경부는 하루빨리 피해업체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계도기간 종료 시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생존을 고민하는 기업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장유하 중기벤처부 welcome@fnnews.com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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