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전공 '쏠림' 가속화
개인 재능·성향 묻혀버려
균형적 발전 가능성 상실
개인 재능·성향 묻혀버려
균형적 발전 가능성 상실
대학 입학 후 전공 선택과 다전공 선택에서도 쏠림현상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인기 학과로의 쏠림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고, 인기 학과와 비인기 학과의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다. 많은 학생이 선망하는 의과대학 내에서도 다시 인기 전공과 비인기 전공의 경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어서 그 여파가 국민의 실생활에까지 미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직업 선택에 있어서도 쏠림현상은 확연한데 대학 재학 중에 자격증이 있는 직업을 준비하느라 전공 공부도, 대학 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원 입시에서도 쏠림은 여전한데, 일부 전공에는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반면 나머지 소위 말하는 비인기 전공은 지원자가 모집정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이 벌써 20년 이상 되었다.
이와 같은 쏠림현상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이 현상에 휩쓸리는 개인을 비난할 수는 없다.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적의 선택을 한 결과가 쏠림현상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이유는 그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당장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의과대학 내의 전공 쏠림현상인데, 비인기 전공 분야의 의료인력 부족은 국민건강과 직결된다.
대학의 전공 선택과 졸업 후 직업 선택에서의 쏠림현상은 특정 분야에 우수한 인재가 편중되는 문제를 유발하는데, 국가가 발전하려면 우수한 인재가 사회 여러 분야에 골고루 진출해서 각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대학원 입시에서 쏠림현상은 비인기 학문 분야에는 학문 후속세대가 줄어들어서 종국에는 그 학문이 고사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문제다.
쏠림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는 사회구성원의 판단이 한쪽으로 몰리는 현상인데, 이것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편향적이기 때문에 나타난다. 예전에는 다양한 가치가 우리 사회에 공존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부(富)로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가난하던 시절에는 다양한 가치가 균형적으로 공존했는데, 세계 경제대국 반열에 들어선 오늘날 오히려 부에 대한 집착이 커지고 있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사람마다 제각기 타고난 재능과 성향이 있다면, 그것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행복할 것이고 국가적으로는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가치의 편향성에 개인의 재능과 성향은 묻혀버리고, 우리 사회는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다.
국가 발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쏠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는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 우리 사회의 가치 다양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방치되어서 이제는 고착화되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바로잡는 데도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4년 혹은 5년 이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정치인들이 이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국가의 운명에 관한 문제이다. 천년만년 지속되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외부 침략으로 망하기도 하고, 내부의 모순으로 해체되기도 한다. 가치 다양성이 무너지고 있는 현재 상황을 방치하면 국가가 위태롭다. 인류 역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급속도로 발전해서 이제는 세계 열강의 하나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찬란한 역사가 우리 자손들 세대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가치 다양성 회복이 관건이다.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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