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가족같은 직원의 내용증명에 충격" 美사업주 떨게 하는 '기록없는 오버타임' [강지니의 수담활론]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09 09:00

수정 2023.12.09 17:43

美진출기업이 알아야 할 노동법

강지니 미국 변호사
"가족같은 직원의 내용증명에 충격" 美사업주 떨게 하는 '기록없는 오버타임' [강지니의 수담활론]

[파이낸셜뉴스]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 (록 다운)가 시작됐을 때다.

직원들 급여를 포함해 닥쳐오는 지출 걱정에 미국 현지 중소규모 기업들의 파산신청 문의가 쏟아졌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실업급여 신청문의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에 대응해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경제지원책을 필두로, 각 주 정부의 긴급 코로나 지원 정책이 잇따랐다. 개인과 가정에 직접 소비촉진금이 지급됐고, 실업수당도 확대됐다. 어떤 이들은 지원금이 풀리자, "일 안하고 돈받는 상황이 오히려 훨씬 낫다"며 '자발적 실직자'를 자처했다.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수준을 제시해도, 실업 급여를 받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대규모 지원금 살포에 따른 '후폭풍'은 약 2년이 지난 2022년 초,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보다 일자리를 찾는 이들은 늘었지만, 급여 수준과 근무 환경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오버타임'(초과근무 수당) 문제다. 예전 혹은 현 직원들로부터 갑작스러운 내용증명을 받고 당황하시는 사업주들이 적지 않다. 내용인 즉슨, 초과근무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원금, 실업급여 등으로 더 이상 나올게 없으면, 과거 직장을 상대로 클레임을 거는 경우들이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기인 지난 2021년 12월 26일(현지시간)미국 뉴욕 거리 모습. 로이터 뉴스1
코로나19 확산기인 지난 2021년 12월 26일(현지시간)미국 뉴욕 거리 모습. 로이터 뉴스1
'초과근무'수당은 지급해야 마땅한 부분이나, 문제는 정확한 규정을 알고 있거나 그 기록을 제대로 보관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규모가 있는 기업들과 달리, 많은 수의 소상공인 혹은 중소기업같은 경우, 급여 지급 기록을 최소 3년간 따로 보관해야 한다거나, 정해진 월급을 받는 직원에게도 따로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 노동법 중에서 초과근무 수당은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FLSA)에 근거한다. 1938년에 제정된 연방법이다. FLSA가 제정된 이 후 여러차례 개정은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노동자를 우대하는 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FLSA는 기본적으로, 일주일동안 4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경우엔, 초과 근무 시간에 대해 정규 임금의 1.5배 이상의 초과근무 수당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초과근무 수당이 제대로 지급됐는지에 대한 입증책임은 고용주에게 있다. 제대로 지불 했다고 해도 현금으로 지급했거나, 문서화를 하지 않은 경우엔, 예외없이 물어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긴 한국에서는 주 40시간 근무 자체가 길게 느껴지지 않을 뿐더러, 조금 초과했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 있겠나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 취업박람회. AP뉴시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 취업박람회. AP뉴시스

그러나, 미국은 '소송 천국'으로 불리는 나라다. FLSA청구 사례는 꽤나 흔한 사례이다. 더욱이 코로나 확산을 거치면서 더욱 흔해졌다. 한 사업주는 "가족과도 같은 직원이었기에, 따로 초과근무 시간을 기록하거나 지급한 대신, 집을 무상으로 지급해주었고, 그 외 보너스를 때때로 챙겨주는 등 동종업계 어느 곳보다도 높은 보상을 해줬기 때문에 내용증명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고 했다.

무조건, 첫째도 기록, 둘째도 기록이다. 근무시간이 초과됐을 때에는 정확히 계산해서 추가로 일한 시간에 대해서는 1.5배로 계산해 지급해야 한다. 정해진 기록방식은 없지만, 보통, 직원의 인적사항은 물론, 그 직원이 일한 시간을 날별로 기록하고, 급여는 시간당 급여였는지 혹은 주당 급여였는지를 꼭 기록해야 한다. 일한 시간들을 기록해두는 소프트웨어를 쓰고 직원들이 출퇴근 할 때마다 타임카드로 기록하는 것이 제일 좋겠으나, 여의치 않을 시에는 문서로 작성하고 반드시 직원이 급여를 받을때 서명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시간당 급여가 아니가 월급으로 받는 직원이라 할지라도, FLSA아래 예외의 경우가 적용되지 않을 시에는 40시간 이상 근무시 초과근무 수당이 정확히 계산돼 지급되어야 한다. 이 모든 기록은 최소 3년은 가지고 있어야 하며, 만약 기록제출을 못할 시에는 그동안 초과근무 시간이 모두 미지급된 것으로 간주하고 최대 2년치까지 모두 지급해야 한다.

미국 진출을 추진하는 한국 기업들이 많다.
FLSA는 연방법으로,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법이다. 코로나와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나 경기침체등으로 인한 어려움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꼭 지켜야 할 법을 미리 숙지해두고 준비한다면 불필요한 소송 및 클레임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강지니 미주한인소상공인총연합회 부회장·미국 변호사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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