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질병·사후까지 대비… 고객 맞춤 재산관리 ‘비금전신탁’ 뜬다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0 18:48

수정 2023.12.10 19:11

은행, 병원·세무법인 등과 협업
안정적으로 고객 자금 굴리면서
사후 상속 등 종합자산관리 도와
초고령화 시대 인구 변화 대비
은행은 비이자 수익 확대 가능
당국, 신탁업 활성화 입법나서
은행권이 최근 홍콩 항셍중국기업펀드(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으로 불완전판매 논란 중심에 서면서 고객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방점을 찍은 비(非)금전신탁 사업이 탄력받고 있다.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층 비중 20% 이상)가 도래 예정인 가운데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판매하기보다 비금융 전문기관과 손잡고 고객 뜻에 맞게 재산이 관리되도록 한다면 은행 본연의 역할을 다하면서 소비자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여당에서도 이 같은 방향성을 담은 신탁업 활성화 입법에 나섰다.

■은행, 요양병원과 손잡고 '안정적 재산관리'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은행이 비(非)금전신탁 활성화를 통해 전화위복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은행의 고위험 금전·재산신탁 취급에 대한 '원점 재검토' 논의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정에서는 △초고령사회 등 인구구조 변화 △은행 사회적 역할 강화 △은행 비이자수익 확대라는 측면에서 신탁업 혁신을 강조해 왔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신탁업 인가회사의 수탁고는 특정금전신탁과 부동산신탁에 각각 45.5%(576조6000억원), 37%(469조원)가 집중돼 있다. 반면 유언 신탁 등을 포함한 불특정금전신탁이나, 한 번의 계약으로 여러 종류 재산에 대해 동시에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종합재산신탁 비중은 각각 1.2%(14조7000억원), 0.1%(7000억원)에 불과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어느 정도 수익을 내면서도, 요양기관과 연계해 향후 장례비를 관리하고 등 신탁자금을 고객의 뜻에 맞게 활용하도록 해주는 게 신탁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신탁업 혁신 방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발의했다. 금융회사가 서비스 신탁 업무 일부를 위탁하면 병원과 법무법인, 세무법인 등 전문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은행들이 전문기관과 협업해 고객에게 '맞춤형 재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생전엔 재산관리, 사후엔 유언 집행"

은행권도 당정의 이 같은 기조에 발맞춰 신탁업 혁신을 준비 중이다. 은행에서는 의료원과 후견법인을 통해 신탁 사업 확장성을 키우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질병과 치매 등으로 스스로 재산 관리가 어려운 경우를 대비할 수 있다. 대학교, 종합병원, 기부단체와 연계로 인생 마무리를 돕는다는 사회 환원 역할도 있다.

KB국민은행은 위탁자 생전에 금전·부동산·유가증권 등 재산을 신탁하고 사후 미리 지정한 상속인에게 재산을 승계할 수 있도록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언대용신탁인 'KB위대한유산신탁'을 취급 중이다.


신한은행은 고객 스스로 사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상조회사를 수익자로 지정해 은행에 금전을 신탁하고 사망 시 유가족이 상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 '신한S Life Care 상조신탁'을 2021년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사전에는 재산관리, 사후에는 상속플랜을 달성할 수 있게 '하나리빙트러스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특히 올해 비금전 특화 상품·서비스인 '미술품신탁(동산관리처분신탁)' '수익증권발행신탁'을 도입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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