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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지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0 19:07

수정 2023.12.10 19:07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많은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카페 브랜드로 미국의 스타벅스를 꼽는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원래 카페가 아닌, 가정용 원두를 판매하는 가게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스타벅스 직원이었던 하워드 슐츠가 이탈리아 밀라노의 커피문화를 모방한 카페를 차렸고, 이후 스타벅스를 인수해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스타벅스 1호점이 있는 시애틀 전통시장은 많은 관광객이 찾아가는 명소가 됐다.

우리나라에도 한국의 스타벅스를 꿈꾸는 곳이 있다. 바로 강원 강릉 안목해변 카페거리에서 출발한 '테라로사'다.
기술기반의 스타트업도 아닌 커피전문점이 2021년 사모펀드로부터 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커피가 생산되지도 않는 강릉에 테라로사가 스페셜티 커피문화를 접목, 외지인들이 찾아오는 대표적 로컬 브랜드로 거듭난 것이다.

이처럼 커피전문점과 같이 초포화 시장으로 여겨지는 분야에서도 일반적 가게들과는 달리 기업으로 성장하는 곳들이 있다. 처음에는 창업가가 자신이 영업하는 지역, 즉 로컬(Local)의 문화적 특성이나 자원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접목해 사업을 시작한다. 언뜻 보기에는 소상공인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남다른 고객경험과 가치를 사람들이 인정하고 찾게 되면 로컬 브랜드가 되고,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이 된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를 만나면서 로코노미(Loconomy), 즉 동네 중심 소비라는 형태로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편으로는 비대면·온라인이 활성화되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생활 반경이 좁아지면서 오히려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고,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에 대한 욕구가 더욱 늘어나는 변화를 가져왔다.

심지어 대기업들도 로컬 콘텐츠가 가진 힘에 주목한다. 로컬 등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한 스몰 브랜드를 직접 발굴·섭외해 입점시키는 백화점이 늘고 있으며, 하이퍼로컬·지역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을 지향하는 당근마켓 등이 좋은 사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0년부터 지역가치에 기반을 둔 창업가를 '로컬 크리에이터'로 명명하고 활성화에 노력해왔다. 당시만 하더라도 로컬 크리에이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었으나, 로코노미 현상과 같은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이제는 흐름이 바뀌고 있다. 강릉 테라로사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앵커스토어'가 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기도 하고, 궁극적으로는 스타벅스처럼 의식주 분야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공하는 생활혁신 기업이 되는 것이다.

국내에 잠재력을 가진 창의적 소상공인이 많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강릉을 방문해 보면 기우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부도 민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도록 힘을 보태주고 있다. 기술기반 스타트업 외에도 창의성을 가진 소상공인들을 새로운 분야의 중요한 창업군으로 보고, 이들을 집중 지원해 비기술 분야의 유니콘기업으로 키워내고자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더 큰 규모의 예산으로 아이디어 기획 단계부터 창업, 사업화, 협업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지원체계를 마련해 이들을 로컬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민간 차원에서도 성장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동네펀딩 등 소상공인의 특성을 고려한 금융공급 방식을 계속 확대하고, 대기업 등과 협력하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로컬 크리에이터와 같은 기업가형 소상공인은 새로운 지역문제의 해결사로서, 국민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기업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
이들의 활약이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나아가 우리 경제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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