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스위프트노믹스와 BTS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0 19:11

수정 2023.12.11 08:40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부국장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부국장
세상에는 수많은 ○○노믹스(-nomics)가 있다. 트럼프노믹스, 바이드노믹스, DJ노믹스처럼 사람 이름 뒤에 경제학을 의미하는 접미사 '노믹스'를 붙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펼친 경제정책을 가리켜 레이거노믹스라고 부른 것이 시초라는 설이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또 컬처노믹스, 그린노믹스, 스토리노믹스처럼 특정한 키워드를 내세워 하나의 경제현상이나 흐름을 설명한 사례도 있다.

요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신조어는 단연 '스위프트노믹스'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말은 미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34)가 만들어내는 놀라운 경제효과를 설명할 때 주로 사용된다.
타임이 선정한 2023 올해의 인물에 오르면서 전 세계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스위프트는 흔히 '콘서트의 여왕'으로 통한다. 그녀가 올해 콘서트 공연만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자그마치 10억달러, 한국 돈으로 무려 1조32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당대 최고의 뮤지션으로 손꼽히는 엘튼 존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라는 게 포브스의 전언이다.

스위프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상을 초월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녀가 콘서트장으로 불러들인 관객만 약 300만명으로, 이들 공연이 창출해낸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43억달러(약 5조67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전 세계 관객을 대상으로 한 월드투어와 음원 및 앨범 판매수익 등이 빠져 있어 이런 것들까지 합한다면 스위프트노믹스가 만들어내는 경제 가치는 '언카운터블(uncountable)'의 경지로 접어든다. 이러다 보니 그녀의 이름을 내건 경제학 강의가 하버드, 스탠퍼드 등 미국 유수의 대학에 연이어 개설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미국에 테일러 스위프트가 있다면, 한국엔 방탄소년단(BTS)이 있다. 이들이 지난 6월 데뷔 10주년을 맞아 서울 곳곳에서 펼친 '2023 BTS 페스타'는 거대한 팬덤을 지닌 아티스트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유감 없이 보여줬다. 서울 명동, 여의도한강공원, 남산서울타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경복궁 등 행사가 열린 곳이나 서울의 주요 관광지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아미'(BTS 팬덤)들로 넘쳐났고 새로운 고객을 맞이한 관광·유통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한 명의 위대한 스타가 풀어놓은 뜻밖의 선물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크고 달콤했다.


'(만 명의 범재가 아니라) 한 명의 천재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세상을 확 바꿔놓을 천재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제2의 방탄소년단, 제3의 테일러 스위프트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정책 당국자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우문에 대한 현답은 아마도 방탄소년단이, 그리고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미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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