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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기득권 내려놓겠다" 발언에도 내홍 격화 전망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1 17:12

수정 2023.12.11 17:12

최고위원 간 기싸움
"지도부 흔들기 멈춰야" vs "희망이 되지 못할망정"
현역 의원 단톡방 공방도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기현(오른쪽 두 번째)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석기 최고위원, 김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김병민 최고위원. 2023.12.11. 20hwan@new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기현(오른쪽 두 번째)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석기 최고위원, 김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김병민 최고위원. 2023.12.11. 20hwan@new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은 커질 전망이다. 특히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제기된 김기현 책임론이 일부 최고위원의 발언에서도 나오는 등 내홍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김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발언한 직후 최고위원들 사이에선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김석기 위원은 "대안 없는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면서 "당대표가 물러나는 순간 너도 나도 서로 싸울 것이며, 오히려 당이 대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서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김기현 체제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김병민 위원은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위원은 "혁신위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당 지도부가 그에 걸맞는 호응을 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지적이 매우 뼈아프게 다가온다"며 "정말 어렵고 힘든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간절한 마음으로 뛰는 정치인들에게 우리당 지도부가 희망이 되지 못할망정 절망과 원망의 대상이 되어서 되겠냐"고 말했다. 그간 지도부가 공식 석상에서 단일대오로 동일한 목소리를 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김 위원이 지도부의 자성을 요구한 것은 혁신위원회가 요구한 혁신안에 대해 지도부가 뚜렷한 답을 하지 못한데다, 김 대표도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추상적인 답을 내놓는데 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의 발언은 혁신위 안건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내용은 밝히지 않아 당내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 발언에 대해 "사즉생의 각오, 말만이 아닌 행동(이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적당한 상황과 적당한 때에 질서 있게 혁신위의 요구를 반영하고 실천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해석했다.

현역 의원들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 단톡방에서는 친윤석열계 초선의원들이 김 대표 사퇴론을 제기한 중진 의원들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대구 초선 김승수 의원이 전날 "도를 넘는 내부 총질"이라며 서병수·하태경 의원을 저격한데 이어 이날 의원들 사이에서는 "자살특공대는 불난 집에 부채질로 끊임없이 지도부를 흔든다(최춘식 의원), "지금은 결단이 아니라 단결이 필요한 시점(태영호 의원)" 등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박 수석대변인도 당대표 사퇴론을 주장하는 이들을 "견리(見利)'보다도 '탐(貪), 사리(私利)' 수준"이라고 규정하는 등 뼈 있는 비판을 내놨다.

지도부는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을 통해 각종 논란을 일축하고 총선 채비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지만 김 대표가 희생안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내홍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는 공천 관련 혁신안에 대해서는 존중하지만 수용 권한은 공관위에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 대표를 향한 집중포화는 비주류를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 대표가) 더 이상 버티면 추해질 것"이라며 "김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혁신을 거부하는 정도가 아닌 방해까지 하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X맨이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주류의 바람대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대표 외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으로, 향후 당의 안정 여부는 지도부의 희생 결단과 경쟁력 있는 수도권 전략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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