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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유사시 대비해 빈틈 없는 공급망 대책 세우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1 18:04

수정 2023.12.11 18:04

정부, 공급망 관계장관 회의 첫 개최
중국 쏠림 심각, 수입선 다변화해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안보공급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사진=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안보공급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사진=뉴시스
정부가 11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공급망 관련 장관회의를 열고 새로운 대책들을 내놓았다. 공급망위원회를 내년 6월 신설하고 요소수 할당관세를 내년까지 연장하겠다는 것 등이 골자다. 관계 장관들이 다 모여 공급망 관련 첫 회의를 연 것은 문제가 심상치 않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급망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 불거진 이후 심각해졌는데, 그동안 여러 차례 위기를 겪고도 다시 대비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최근 요소수 수출을 통제하자 2년 전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사이 아무런 대비책을 세워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태까지 정책조정자 역할을 할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것은 공급망 문제에 중구난방으로 대처해 왔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야 기금을 설치하고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하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유사한 문제가 또 발생했을 때 과연 문제 없이 잘 대응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요소수는 값싼 가격 때문에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중국의 수출통제 때 대체할 수 있는 수입원을 즉시 가동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난주 국내 업체가 베트남으로부터 5000t의 요소 수입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4개월 남짓 쓸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해 급한 불은 껐다고 한다. 베트남이란 공급망이 없었다면 또 어떤 난리통을 겪을지 알 수 없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어느 한 가지도 수급여건에 안심하고 있을 재료나 물질이 없다. 특히 산업에 필수불가결한 핵심 재료는 항상 공급망을 원활하게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 중국이 수출을 중단한 2차전지의 핵심 재료인 흑연이 바로 그런 물질이고, 몇 년 전 수출통제로 문제가 됐던 희토류도 그런 재료다.

경제안보라고도 부를 만큼 물질과 재료의 확보는 중요하고 국가 간에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식량이 없으면 국민들이 굶어죽을 수밖에 없듯이 물자 공급이 막히면 산업과 농업이 붕괴될 것이다. 중국에 9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이 216개나 된다고 하니 쏠림현상도 여간 심하지 않다. 그런 것을 잘 알면서도 이제 와서 상설조직을 만든다는 등의 대책은 늦어도 한참 늦은 사후약방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원자재나 광물은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미리 비축해 놓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일본의 수출통제로 곤란을 겪은 바 있는 불화수소와 같이 국내 생산이 가능한 품목들은 미리 개발해서 수입을 대체하고 수출도 하면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지금껏 컨트롤타워도 없이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공급망 대책을 꾸렸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정부 부처가 하나의 사안을 놓고 제각기 할 일이 있겠지만 중차대한 국가적 문제를 밥그릇 싸움 하듯이 분리 대응했다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결여이자 행정력 낭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요소수나 흑연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반을 점검해 종합대응책을 세워 놓기 바란다. 다행히도 최근 국회에서 공급망 기본법이 통과돼 기본적인 법적 바탕은 만들어졌다.
국회는 법사위에 계류된 또 다른 공급망 3법 가운데 하나인 자원안보특별법 제정안을 연내에 반드시 통과시켜 법체계를 완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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