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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치 일감 쌓인 'K-전력설비'… 1000조 시장도 잡는다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1 18:24

수정 2023.12.11 18:24

국내 4사 3분기 수주잔고 12조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열풍 수혜
유럽·美·중동 인프라 확대 추세
선제 투자로 물량 확보 '잰걸음'
3년치 일감 쌓인 'K-전력설비'… 1000조 시장도 잡는다
전세계 신재생에너지 발전 수요가 늘어나면서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국내 주요 전력설비업계들의 올해 3·4분기 누적 수주잔고가 1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전력설비업체들은 글로벌 친환경 전력 수요 증가로 3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할 정도로 수주 풍년을 누리고 있다.

■국내 전력설비 4사, 수주잔고 28%↑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력설비 4사의 올해 3·4분기 누적 수주잔고는 12조2000억원이다. 회사별로 보면 HD현대일렉트릭이 5조2000억원으로 제일 많았고,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이 3조5000억원, LS일렉트릭 2조2000억원, 일진전기 1조3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9조5100억원)과 비교하면 28.3%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잔고는 3조6000억원,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 3조3000억원, LS일렉트릭 1조8000억원, 일진전기 8100억원 등이다.


이들의 수주잔고가 늘어난 것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넷제로(탄소중립)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기존 중앙 집중·대량 전기 발전 방식과 달리 소규모로 발전된다. 이렇게 발전한 전기를 공장 및 일반 도시 등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력망 인프라와의 연결이 필수고, 결국 전력망 인프라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산업 조사기관 블룸버그NEF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전력망 인프라 시장은 지난해 2740억달러(약 361조원) 규모에서 2050년 1조달러(약 1317조원)로 확대된다.

■유럽·美·중동 친환경 전력 생산 확대

실제로 유럽·미국·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는 친환경 전력 생산 확대 및 인프라 교체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지난달 에너지 믹스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20%에서 2030년까지 42.5%로 대폭 늘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풍력 산업 발전 패키지'를 발표했다.

미국도 송·배전 설비의 노후화와 전력인프라 교체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이 사용하는 대형 변압기의 70% 이상은 교체 주기를 넘겼다. 여기에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올해 341기가와트(GW)로 추정되는 신재생 발전 설비용량 목표를 2030년 729GW까지 대폭 늘린다고 발표했다.

중동 지역 국가들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및 공급 목표를 늘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올해 27.3GW에서 2030년 58.7GW로 늘리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은 투자를 통해 글로벌 생산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일진전기의 경우 지난 9월 682억원의 시설 투자를 발표했다. 일진전기에 따르면 이 투자로 늘어난 생산 증가 물량은 기존 대비 65% 수준이다.
HD현대일렉트릭도 10월 452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는 연간 2200억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요가 계속되는 상태로 대부분 전력기기 회사들이 2027년 이후 생산 물량을 수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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