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합의문 초안에서 빠져
- 의무 퇴출 대신 선택사항으로 남겨 둬
- 산유국들 입김 속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 후퇴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초석인 '모든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문구가 유엔 기후변화 회의 합의문 초안에서 삭제됐다.
중동 산유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이번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가 열린 가운데 산유국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초기만 해도 단계적으로 화석연료를 반드시 퇴출해야한다는 문구가 합의문 초안에 담겨 있었지만 폐막 하루를 앞 둔 이날 초안에서는 퇴출을 '할 수' 있도록 문구가 바뀌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이하 현지시간) 유엔 COP28 기후서밋 합의문 초안에서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없앤다는 문구가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합의문에서 빠졌다.
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COP28은 12일 폐막전 합의문을 발표하게 된다. 약 200개 나라가 이 합의문에 동의해야 한다.
화석연료 생산과 소비를 단계적으로 줄여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순 제로'로 만든다는 합의도 실패했다.
합의문 초안에 따르면 각국은 2050년 순 제로 목표에 동참하는 것이 "가능하다."
초안은 단계적 퇴출 대신 각국이 선택할 수 있는 8개 방안을 제시했다.
재생가능에너지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지금의 3배로 확대하는 방안,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없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신속하게 폐쇄하고 신규허가는 제한하는 방안 등이 있다.
또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상당수 국가들은 최종 합의문에는 기념비적인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합의가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화석연료 퇴출을 각 나라의 선택사양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유엔이 초안을 발표하자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남태평양 등지의 작은 섬나라들이 거칠게 반발했다. 특히 작은 섬나라들은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현재 국토 면적이 눈에 띄게 줄고 있고, 이대로 가면 나라가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반발이 거셌다.
이번 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파다했다.
사우디가 COP28 의장이자 아부다비 국립석유공사 수장인 술탄 알-자베르를 압박해 합의문에서 화석연료에 관한 조항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이 협상대표들 사이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기후위기 대응을 논의하면서 화석연료를 논의 중심에서 제외하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다.
화석연료는 기후변화 최대 유발 요인으로 온실가스 배출의 약 4분의3을 차지한다.
미국은 강한 실망을 나타냈다.
미 국무부는 화석연료에 관한 언급이 "상당히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작은 섬나라들을 대표하는 사모아의 천연자원부 장관 토레술루술루 세트릭 슈스터는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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