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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베트남은 제2의 고향"...동남아, 생산거점·주요 시장으로 키운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3 01:38

수정 2023.12.13 01:38

[파이낸셜뉴스]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베트남 등 동남아를 주요 반도체 생산·소비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서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베트남 등 동남아를 주요 반도체 생산·소비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서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

- 11일 베트남 방문해 대규모 협력 방안 발표
- 대만 중심 생산거점, 베트남 등으로 다변화
-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를 공급망, 반도체 수요 시장으로 육성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베트남에 제2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베트남 방문 길에서 베트남이 엔비디아에는 '제2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11일 황 CEO가 팜민찐 총리와 만나 베트남에 대규모 반도체 시설을 짓기로 했다면서 베트남 정부도 이 반도체 공장 인력 조달을 위해 2029년까지 고급 엔지니어 5만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는 미국과 중국간 긴장 속에 중국으로 반도체를 수출하는 것이 차질을 빚고, 엔비디아 반도체 주력 생산기지인 대만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자 동남아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동남아에 제2 생산기지와 중국 충격을 완화할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베트남은 제2의 고향


보도에 따르면 황은 11일자 베트남 관영지 베트남넷과 인터뷰에서 베트남을 제2의 고향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번 출장으로 미래 여정이 확실하게 열리게 될 것"이라면서 "베트남에 돌아올 것이다. 엔비디아의 제2의 고향인 베트남을 다시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미 베트남에 2억5000만달러(약 3297억원)를 투자했고, 현재 투자 확대를 위해 협력사를 찾고 있다.

동남아 거점 마련


황의 베트남 방문은 동남아 일대를 돌아보는 일정 가운데 하나다.

그는 베트남을 찾기 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도 들렀다.

지난주 황은 말레시이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동남아가 매우 중요한 기술허브가 될 것이라는 엄청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는 이미 포장, 조립, 배터리 제조업에서 매우 탁월하다"면서 "기술 공급망의 여러 측면에서 이미 매우 훌륭하다"고 추켜세웠다.

말레이시아 전력 업체인 YTL파워인터내셔널은 지난 8일 엔비디아와 합작으로 말레이시아 AI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싱가포르에서도 AI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

시장·생산거점 마련


엔비디아 CEO의 동남아 방문은 미중 긴장 속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대중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미 상당수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깨고 새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지난 40년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공급망 핵심으로 자리잡았지만 그와 동시에 위험 역시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 최대 수혜지역이 바로 동남아다.

엔비디아는 동남아 지역에서 AI 성장성을 보고 중국 반도체 수출 충격 완충판 역할을 이 지역이 담당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올해 반도체 수요를 책임질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에 막대한 투자를 한 엔비디아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 AI 기반 구축에 나선 것은 바로 동남아 시장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엔비디아는 아울러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대만에 반도체 생산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 속에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을 제2 생산거점으로 삼는 것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도 이에 발 맞춰 엔비디아 공장 설립을 지원하고, 관련 인력 조달을 위한 기반 구축에 나섰다.


한편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엔비디아 공동창업자로 지분 3.5%를 보유한 황 CEO는 올해 엔비디아 주가가 3배 넘게 폭등하면서 순자산 역시 3배 폭등한 422억달러에 이르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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