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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강국들, 방폐장 부지 조사하거나 주민설득 돌입 [첫발도 못 떼고 '길잃은 방폐장']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4 17:55

수정 2023.12.14 18:14

(中) 미국·캐나다·프랑스
美, 전국 단위 입지조사 착수.. 캐나다, 후보지 2곳 연구 진행
프랑스, 세계 세번째로 추진
원전 강국들, 방폐장 부지 조사하거나 주민설득 돌입 [첫발도 못 떼고 '길잃은 방폐장']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원전 운용국가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어떻게 처분할지 확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부지 선정작업을 진행 중이거나 부지를 확정하고 최종 설득에 나서는 등 우리나라보다 앞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오랜 교착상태를 끝내고 올해 전국 단위의 신규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입지조사에 착수하며 고준위 방폐장 건설 절차의 시작을 알렸다. 캐나다는 현재 심층처분시설 후보지 2곳에 대한 마지막 연구가 진행 중이다. 프랑스는 심층 영구처분시설 건설이 임박한 상태에서 최종적인 주민설득에 들어간 상태다.

■美, 부지 선정작업 돌입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정보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원전 운용 주요 국가 중 고준위 방폐장 건설과 관련, 우리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의 고준위 방폐장 설립은 민주·공화 양당 간의 갈등으로 수십년간 지연돼왔다.

미국은 1982년 방폐물 정책법을 통해 방폐물 관리를 본격화했고, 그 후 미국 에너지부의 민간방폐물관리국이 고준위 방폐물 처분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설립됐다. 민간방폐물관리국은 1987년 네바다주의 유카 마운틴을 유일한 처분 후보지로 선정한 데 이어 2002년 확정했다. 2008년에는 처분시설 건설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던 미국의 고준위 방폐장이었지만 2009년 오바마 정권은 유카 마운틴 계획을 중단하는 방침으로 블루리본위원회를 구성했다.

블루리본위원회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필요성과 부지 선정, 처분시설 관련 연구 등을 근거로 유카 마운틴의 대체계획안을 제시했다. 유카 마운틴 계획은 2017년 트럼프 정권이 출범하면서 재추진 방침으로 돌아갔지만, 예산요구안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또다시 보류됐다. 2021년 집권한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 당시의 블루리본위원회 권고에 따른 유카 마운틴 대체계획안을 재시작했다.

이후 바이든 정권은 지난 6월 전국 단위의 신규 방폐장 입지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2600만달러(약 3189억원)의 지원금 지출계획을 발표했다. 고준위 방폐장을 둘러싼 수십년간의 교착상태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캐나다, 최종 후보지 2곳 연구 중

캐나다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과 관련해 미국과 같은 큰 난제 없이 절차를 밟아왔다. 캐나다 정부의 방폐장 설치는 1997년 캐나다 원자력 안전 및 통제법 제정과 2000년에 원자력 안전과 관련된 규제 및 감독 기관인 캐나다원자력안전위원회 설립으로 시작됐다. 이후 방폐물의 안전한 관리 필요성과 국제협약 준수를 위해 2002년 사용후핵연료법을 제정·수행하기 위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전담기관 NWMO가 설립됐다.

NWMO는 2003년부터 1년 동안 캐나다 사용후핵연료 장기관리를 위한 세 가지 방안인 심지층처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중앙집중식 저장에 대해 적절성을 검토하고 전문가 자문, 공개토론, 온라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NWMO는 세 가지 방안을 비교분석한 결과 2005년에 단계적 관리 방식(APM)을 제안했으며 이 방식은 심지층처분시설을 사용, 고준위 방폐물을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미래에 계획을 수정·보완하는 방안으로 결정됐다.

2007년에 APM 방식이 공식 승인되면서 NWMO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으며, 2010년부터는 지자체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후보지를 모색해왔다. 2013년부터는 심지층처분시설 후보지 선정에 의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기초연구를 했으며, 현재 심층처분시설 후보지 2곳에 대한 마지막 연구가 진행 중이다.

■프랑스, 세계 세번째 방폐장 유력

현재 가동원전만 56기에 달하는 프랑스는 핀란드, 스웨덴에 이어 세 번째로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유력한 국가다. 프랑스 대표 원자력발전 설비업체인 오라노에서 운영하는 '라 아그' 시설에서는 습식 재처리기술을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를 통해 매년 10t의 폐기물을 재처리해 96%가량을 원료로 재활용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잔여물은 부피와 독성을 줄여 유리화해 지하 매립이 쉽도록 재가공하고 있다.

이렇게 재가공된 고준위 방폐물들은 심지층처분기술을 적용한 고준위 방폐장에서 관리하는 것이 목표다. 프랑스 방폐물 관리청인 '안드라'는 1991년 동북부 마을 뷔르에 고준위 방폐물 처리를 위한 연구시설을 지었다. 인구가 80여명에 불과한 이 농촌 마을이 프랑스 유일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설 유력 후보지이다.

'시제오'로 불리는 프랑스의 방폐장 프로젝트는 2025년 건설을 시작, 2035년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시설의 목표 운영기간은 약 100년으로, 운영이 종료되면 모든 시설을 폐쇄하고 지속모니터링하는 등 사후관리를 할 예정이다.
안드라는 지난 1월 원자력안전청에 처분장 건설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만 환경운동가들과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프랑스의 방폐장 승인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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