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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태영건설發 PF 위기설, 금융 전이 전에 싹 잘라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7 18:58

수정 2023.12.18 05:05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자금난 우려
충당금 늘리는 등 최악 상황 대비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설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건설 중인 아파트 현장./사진=뉴스1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설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건설 중인 아파트 현장./사진=뉴스1
시공능력 16위 태영건설의 유동성 악화설로 한동안 잠잠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다시 수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부실 위험에 놓인 건설사가 태영건설 하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금융시스템까지 위기에 빠지기 전에 부실건설사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PF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미래수익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사업비를 대출받는 것을 뜻한다.
금리가 낮고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시공과 분양이 원활해 문제가 없었지만, 고금리와 경기악화로 이미 지난해부터 자금경색과 건설사들의 부실 문제가 부각됐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만기연장으로 부실의 노출을 막아왔지만, 최근 시장 냉각으로 더 이상 이연에만 매달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전체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올 9월 말 기준 134조3000억원이다. 2020년 말 0.55%였던 연체율은 9월 말 2.42%로 높아졌다.

주요 16개 건설사의 PF 보증액은 28조3000억원이다.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3조4800억원인데, 규모가 과하다는 신용평가사의 보고서 발표로 워크아웃설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태영건설은 실제 부실 규모는 그보다 작으며 워크아웃설도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롯데건설과 코오롱글로벌 등도 PF 우발채무에 따른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부실공사로 행정처분을 받은 여파로 GS건설 등도 특별히 유동성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처지다.

대형 건설사들은 곧바로 부실 위험에 빠지지 않겠지만, 특히 지방의 중소형 건설사들은 이미 줄줄이 부도를 내는 등 줄도산의 위기에 놓여 있다. 실제로 광주와 경남 창원의 건설사가 최근 최종 부도 처리됐다. 규모가 작은 하도급 건설사들이 먼저 부실에 빠지고, 큰 건설사로 위기가 옮겨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악의 사태는 부실이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이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부실 징후는 연체율 급등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물론 2008년 식의 금융위기가 재현되지는 않겠지만, 대규모 부실사태가 동시다발로 벌어지면 은행 등 제1금융권도 결코 안전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금융당국도 이를 인식하고 시장감시를 강화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을 늘리는 등의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낮은 수준의 대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시장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대책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할 것이다.

PF의 향방을 결정할 부동산 경기는 오리무중이다. 최근 집값이 하향 추세로 돌아서면서 하락론이 우세하지만 금리인하와 경기호전이라는 호재도 있어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체 경기가 살아나면 부동산 시장에도 온기가 돌아 시행사업 진행이 속도를 낼 수 있다.

부실의 싹을 미리 잘라야 전체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 언제까지나 연장으로 연명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부실을 키울 뿐이다.
한계상황에 이른 건설사는 옥석을 가려 일찌감치 정리하는 것이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바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지 못하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들을 기한도 없이 살려두다가는 우량건설사는 물론 금융사 전체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
그 전에 위기의 전이를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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