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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도 다국적군, 홍해 '안전 해상로' 구축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1 03:20

수정 2023.12.21 03:20

선박 호위 대신 전함, 항공기 등으로 해상로 안전통로 확보
20일 현재 컨테이너 화물선 121척이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 항로 택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다시 돌파
[파이낸셜뉴스]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호위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전함과 항공기 등을 동원해 일정 구역을 24시간 방어하는 '안전해상로' 구축에 들어갔다. 로이드 오스틴(맨 위) 미 국방장관이 19일(현지시간) 미 5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바레인 미 해군 중부사령부에서 다국적군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호위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전함과 항공기 등을 동원해 일정 구역을 24시간 방어하는 '안전해상로' 구축에 들어갔다. 로이드 오스틴(맨 위) 미 국방장관이 19일(현지시간) 미 5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바레인 미 해군 중부사령부에서 다국적군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수에즈운하 관문 역할을 하는 홍해상에 '안전 해상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가는 선박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선박들이 우회해 물류대란을 예고하는 가운데 이같은 안전 해상로 방안이 나왔다.


5150㎞ 더 가야

20일(이하 현지시간) 컨테이너 화물선 121척이 수에즈운하 대신 남아공 희망봉을 도는 항로로 방향을 튼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전 57척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 항로를 택하면 약 5150㎞가 늘어난다.

스위스 물류업체 퀴네+나겔에 따르면 현재 컨테이너 화물선 121척이 희망봉 항로로 접어들었다. 컨테이너 수로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60만개(160만TEU)에 이른다.

퀴네+나겔은 이 수가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면서 벌크화물선, 유조선 등도 대거 희망봉 항로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안전해상로 구축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과 선주들이 핵심 항로인 홍해-수에즈운하 항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면서 배들이 안전하게 지날 수 있도록 안전 해상로를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18일 이른바 '번영수호작전'에서 홍해상 다국적군 해상전력을 강화해 상선들이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는 안전해상로 구축에 들어갔다. 최소 6개국이 이 작전에 참여 중이다.

현재 계획은 미국과 동맹국의 군함과 기타 자산이 후티 반군의 드론,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상선을 보호하는 방어막을 제공하는 것이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통로 확보


다국적군은 후티 반군의 공격이 집중되는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24시간 경계할 계획이다. 전함들이 호위하면서 상선이 이 해협을 지나가도록 하는 기존 방식 대신 상선들이 언제든 지나다닐 수 있는 안전통로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 해협을 지나고 나도 예멘 해역이 한동안 이어지기는 하지만 예멘 본토와 거리를 둘 여지가 있어 공격으로부터 좀 더 안전하다.

다국적군이 안전해상로 구축에 들어갔지만 시장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을 택하는 선박들이 늘면서 상승세로 돌아선 국제유가는 마침내 이날 배럴당 80달러를 재돌파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전일비 0.99달러(1.25%) 상승해 배럴당 80.22달러를 기록했고, 미국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7달러(1.45%) 뛴 75.01달러에 거래됐다.

현재 세계 2, 2위 해운선사인 MSC와 AP몰러 머스크를 비롯해 하팍로이드, CMA CGM 등 세계 주요 선사들이 홍해와 수에즈운하 항로를 포기했다. 석유메이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에퀴노르 역시 홍해 운항을 일단 멈췄다.

한편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전세계 해상 교역물자의 10%가 지나다니는 핵심 해상로다.

또 하루 원유와 석유정제품 약 700만배럴이 이동하는 주요 항로이기도 하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특히 이 항로는 러시아가 하루 400만배럴 석유를 아시아에 수출하는 핵심 항로가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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