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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핵도발시 주저없이 핵공격 불사”..전문가 "한미 책임씌우기 전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2 07:00

수정 2023.12.22 07:00

딸 주애 동행 '화성-18형' 발사훈련 '제2붉은기중대'와 기념 촬영 전문가, 한미 핵안보 주도권 장악의 노력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
[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단행된 ICBM 화성-18형 발사 훈련에 참여했던 미사일총국 제2붉은기중대 군인들을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불러 축하 격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단행된 ICBM 화성-18형 발사 훈련에 참여했던 미사일총국 제2붉은기중대 군인들을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불러 축하 격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부대를 격려하며 "적이 핵으로 우리를 도발해올 때에는 주저없이 핵공격도 불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 발사훈련에 참가한 미사일 총국 제2붉은기중대 군인들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로 불러 축하, 격려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21일 보도했다.

■반미대응 공화국 핵전략 무력의 신뢰성과 전투적 위력 과시 자평

김정은은 "이번 군사활동은 우리 무력의 충실성과 강경한 입장에 대한 과시이고 적이 핵으로 우리를 도발해올 때에는 '주저없이 핵공격도 불사'할 우리 국가의 공격적인 대응방식과 우리의 핵전략과 핵교리의 진화에 대한 명백한 설명이었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평화와 안정의 파괴자 미제와 그 특등주구들에게 심대한 충격을 줬다"면서 "우리 당과 정부, 군대와 인민의 견결한 반미대응 입장을 실천적 행동으로 보여주고 공화국 핵전략 무력의 신뢰성과 전투적 위력을 과시했다"고도 했다.


그는 "나라의 존엄과 국권수호, 국익사수는 오직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확실하게 담보될 수 있다"며 "그 어떤 적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어디에 있는 적이라도 선제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실제적인 능력과 임전태세를 갖추는 것이 곧 진정한 방위력이고 공고한 평화수호"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또 한미가 내년 '을지 자유의 방패'(을지프리덤실드·UFS) 연합훈련에 핵 작전 연습을 추가하기로 한 데 경계심을 드러냈다.

북한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지금까지 괴뢰들에 대한 '핵우산 제공' '보호'의 간판 밑에 진행되던 대규모 합동 군사 연습들이 내년부터는 우리 공화국에 대한 실제적인 핵 선제 타격을 실현하기 위한 철두철미 공격적이고 침략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감행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 땅이 1950년대의 조선반도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미국과 괴뢰 패당에게 차려질 것이란 종국적 파멸뿐이라는 것을 뼛속까지 각인시켜줄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미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제2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통해 내년 8월 UFS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해서 훈련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관한 가운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발사 훈련을 단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중앙지휘감시소에 올라 전략무기발사를 승인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은 지난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관한 가운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발사 훈련을 단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중앙지휘감시소에 올라 전략무기발사를 승인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 핵 독트린 이어가...김정은 두려움 속, 핵공격 가능성 강압 포석

북한이 핵금기를 무너뜨리는 메시지를 통해 핵강압 수위를 최고치로 끌어올리려는 포석인 반면, 김정은의 두려움이 드러나며 핵 긴장의 책임을 한미에 돌리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핵공격 불사' 카드를 꺼내 들은 의도에 대해 "먼저 ‘군사적 목적의 핵 사용’ 기조를 이어가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북한은 2022년 핵무력정책법, 2023년 핵고도화 기조를 헌법에 반영하는 등 핵무기가 단순 억제를 넘어 사용가능한 무기라는 점을 공고히 한 바 있는데 이는 '핵공격 불사' 카드로 핵 독트린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센터장은 "특히 이번에 '적의 핵 도발'이라는 모호한 조건 제시는 핵무기 공격을 의미하는지, 핵자산 전개나 핵상황을 고려한 연합연습 수준도 포함한다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며 "이는 자신이 규정한 대로 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고강도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핵공격 가능성을 상대에게 강압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 자신의 정권이 제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며 "한미가 김정은 정권 종말, 참수작전 등으로 맞서며 전략폭격기 전개도 잦아지고 있어 북한이 ‘핵공격 불사론’을 꺼내 들어 정권안보에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 센터장은 또 "핵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한미에 돌리려는 셈법이 있다"며 "상대방이 핵도발에 나서면 자신도 핵공격을 하겠다는 의미는 자신의 의도는 공격적이지 않은데 상대방이 공격적이라는 본말을 전도하는 우회적 비판과 계략이 숨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발언의 속내를 제대로 파악하는 가운데 핵안보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노력의 집중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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