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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은행권 2조원 ‘상생’ 확정, 강제보다는 자율로 가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1 18:14

수정 2023.12.21 18:14

개인사업자 평균 85만원 환급받아
가능하면 금융기관 자율에 맡겨야
은행권이 총 2조원+알파(α) 규모의 상생금융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가 21일 발표했다. 1조6000억원 규모의 개인사업자 이자환급(캐시백)과 4000억원 규모의 자율 프로그램이다. 고금리에 편승해 은행들이 '돈잔치'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판과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답을 내놓은 것이다.

일반 가계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높은 금리에 이자를 내느라 힘들어하는데도 은행들은 소위 이자놀이로 불리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손쉬운 영업으로 과도한 수익을 낸 것도 맞다. 그 이자로 임직원에게 수억원대의 명예퇴직금과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돈잔치를 한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고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야당의 '횡재세' 도입 주장은 윤 대통령의 비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지만, 맥락은 결국 다르지 않다.
전 세계적 고금리로 경제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은행들의 상생금융을 당연시하는 국민도 많을 것이다. 은행들의 이번 지원방안으로 차주 187만명이 1인당 평균 85만원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하니 적지 않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2조원 규모 지원방안은 금융당국의 주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애초 1조원 정도의 상생방안이 예상됐지만 두배로 커진 것이다. 은행과 돈을 빌린 차주 사이에서 어느 선이 적정한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우리는 당기순이익의 10%가량을 은행들이 내놓은 것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본다.

비정상적 고금리 시대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때마다 당국이 개입해 상생안을 내놓으라고 은행 손목을 비트는 일을 반복하는 게 맞느냐는 생각해 봐야 한다.

우선 은행들은 적정 수준의 예대마진을 유지함으로써 이자장사에 매달렸다는 비판을 먼저 차단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당국이 개입하기 전에 특히 취약계층의 이자를 삭감해 줌으로써 고통을 나눠 가져야 한다. 그러면 정부가 간섭할 명분도 사라진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원리다.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이른바 관치는 이익을 내는 과정에서 불법이나 탈법이 있을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강제성이 따르는 이익 환원은 반헌법적이라는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외국인이 포함된 투자자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이기도 하다. 횡재세를 반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가장 좋은 것은 금융기관의 자율적 판단이다. 정부의 개입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은행은 이자수익을 가능한 한 줄이고 다양한 기법으로 수익원을 다양화해야 한다. 언제까지 아파트 등 확실한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는, 손 안 대고 코 풀기 같은 이자영업에 매달릴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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