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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또 늑장 또 선심, 예산 고질병은 왜 못고치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1 18:15

수정 2023.12.21 18:15

새만금, 지역화폐 예산 막판 증액
밀실 흥정과 야합 근절책 마련을
지난 8일 오후 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8일 오후 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여야가 21일 657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켰다. 전날 극적인 여야 합의로 이날 처리는 무리 없이 이뤄졌다. 심의 기간 내내 예산안을 볼모로 한 정쟁이 격화되면서 협상이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정도로나마 합의 처리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정시한을 넘긴 늑장 졸속처리 비판에서 이번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헌법에 명시된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이 12월 2일이다.
그로부터 19일이나 지나 통과됐다. 국회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2015년도, 2021년도 예산안을 제외하고는 시한을 맞춘 적이 없다. 올해는 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처리' 불명예를 얻은 지난해 기록(12월 24일)보다 사흘 빠르다. 그것으로 안도할 일은 절대 아닐 것이다. 심도 있는 심사를 하느라 시한이 지난 것이 아니라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뒤늦게 여야가 주고받기 식으로 예산안을 후다닥 처리했다. 후진적 정치관행의 민낯을 다시 보여줬다. 이런 구태를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정치권의 뼈아픈 반성과 개선책이 뒤따라야 한다.

새해 예산은 정부 제출안보다 4조2000억원 감액됐다. 국가채무와 국채발행 규모는 정부안보다 늘어나진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원칙을 지킨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새해 예산은 전체적으로 올해보다 2.8% 증액된 규모인데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잠재성장률마저 1%대로 추락한 엄혹한 상황이지만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긴축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이미 1110조원을 넘어섰다. 차세대 원천기술 연구, 최신 연구장비 지원 등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을 6000억원 순증했다. 필요한 예산이었다고 본다.

총선을 앞둔 선심성 예산도 빠지지 않았다. 여야 막판 타협으로 증액된 새만금 관련 예산 3000억원이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예산 3000억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 투입에 대한 적정성 논란으로 새만금 예산을 대폭 삭감했지만 결국 정치가 되살렸다. 대표적인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상품권은 거대야당의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지역 표심에 여당도 끝까지 거부하지 못했다.

정부 예산안 심의는 국회의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책무다. 의원들은 나랏돈이 허투루 쓰이지 않게 두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는커녕 의원들은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 소소위를 가동해 예산안을 놓고 밀실 흥정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여야 어느 한쪽 주장만 관철하기 어려운 만큼 적정한 선의 타협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명분도 없이 서로 적당히 맞바꾸는 것은 야합에 불과하다.

예산안 처리가 끝났으니 이제는 민생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극심한 경기침체에 국민의 한숨과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회엔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기업 적용 유예, 우주항공법 신설 등 처리가 시급한 법안이 쌓여 있다. 예산이든 법안이든 그 중심은 경제와 민생이다.


국회는 오는 28일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연다. 그 전에 주요 법안 협상이 타결돼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할 일은 정쟁이 아니라 민생 챙기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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