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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트럼프 막말 공세에 난감...진흙탕 싸움은 피해야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3 05:00

수정 2023.12.23 05:00

美 바이든 선거 캠프, 트럼프의 각종 막말 공세에 대응 수위 고민
공식 행사에서는 실명 언급 피하되 비공개 행사에서 반박
바이든이 직접 대응하지 않고 캠프 등 간접적으로 대응
공화당 내부 다툼 관망, 부동층 포섭에 주력
피로감 높은 바이든 부각 대신 핵심 이슈에 집중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내년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연일 맹공을 쏟아 붓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대응 수위를 고민하고 있다. 선거 관계자들은 바이든에게 부동층 포섭이 최우선이기에 똑같이 진흙탕 싸움을 벌여 유권자에게 피로를 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대한 직접 비난은 삼가야
바이든 선거 캠프 관계자들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미 NBC방송을 통해 트럼프의 도발에 대한 바이든의 대응 수위가 걱정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유권자에게 트럼프의 재선 성공 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전달하면서도 유권자가 선거에 흥미를 잃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바이든과 트럼프가 내년 대선에서 2020년에 이어 다시 맞붙는 상황에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등 제 3의 인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익명의 바이든 캠프 고위 관계자는 여당 진영에서 선거 캠프가 너무 느긋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미국 몬머스대학이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의 국정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34%로 떨어졌다. 17일 공개된 트럼프와 여론 조사 대결에서도 바이든의 지지율은 46%로 트럼프(50%)에게 밀렸다.

바이든 캠프 관계자는 캠프에서 지금 집중하는 유권자가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는 민주당 지지자, 부동층, 트럼프를 또 뽑기는 싫은 공화당 지지자라고 설명했다. NBC에 의하면 바이든은 공식 행사나 유료 광고에서 최대한 트럼프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이는 바이든이 트럼프와 서로 실명을 부르며 싸우는 상황을 연출할 경우 부동층을 잃을 수 있다는 계산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바이든은 20일 인터뷰에서 전날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트럼프의 내란 가담 혐의를 인정해 해당 주에서 대선 출마를 막은 결정에 대해 "그는 확실히 내란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반란자'인지 묻는 질문에 "그것은 자명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모든 사안에 대해 더 강하게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바이든은 19일 열린 비공개 대선 모금행사에서 분명하게 트럼프를 공격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당시 "확실히 해 두겠는데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에 많은 위험을 가져왔다"며 "트럼프는 우리 민주주의에 가장 큰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우리가 지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든은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권세를 얻었던 1930년대를 언급하며 트럼프가 "독일의 1930년대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선거 캠프의 몫이다. 바이든 선거 캠프는 21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트럼프는 히틀러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한다'는 제목으로 최근 트럼프의 발언과 히틀러의 발언을 나란히 편집한 이미지를 올렸다. 트럼프는 지난달부터 "미국에 해충처럼 사는 정적을 뿌리 뽑을 것", "이민자들이 미국의 혈통을 오염시키고 있다" 등 과격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 아이오와주 워털루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 아이오와주 워털루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내분 관망, 후보보다 이슈 부각
트럼프는 바이든의 회피에도 불구하고 계속 정면승부를 걸고 있다. 트럼프는 21일 자신이 세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나는 반란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부패한 바이든이 반란자"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전날에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바이든은 나에 대한 모든 가짜 정치 기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싸우고 있는 모든 사건은 (바이든 정부의) 법무부와 백악관의 작품이다. 이는 선거 개입이다"고 밝혔다.

사실 트럼프의 막말은 공화당 대선 후보를 노리는 다른 경선 후보에게도 향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29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언급하며 "새대가리(Birdbrain) 니키 헤일리를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헤일리가 경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했다. 헤일리는 지난 18~19일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30%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를 14%p 차이로 뒤따랐다. 헤일리는 21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혼자 힘으로 트럼프를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바이든 캠프 관계자는 다른 공화당 후보들이 트럼프를 비난할 자료들을 만들어 주고 있다며 굳이 바이든이 나서 트럼프를 직접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바이든 캠프 관계자는 선거 전략에 대해 "이슈에 대해 먼저 소통하고 선거는 그 다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캠프에서 2가지 유권자를 경계하고 있다며 우선 2020년에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2022년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뽑은 유권자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부동층에 가까운 이들은 정치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바이든을 선호하지 않더라도 특정 문제에 있어 방향이 같다면 바이든에게 표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바이든 캠프는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바이든이라는 인물보다는 이슈를 부각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캠프 관계자는 여성 유권자를 강조하면서 바이든 정부의 낙태권 보장 정책을 언급했다. 관계자는 여성 유권자들이 "가족과 공동체에서 충돌 없이 정치적 연대를 만드는 계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성 유권자들에게 바이든보다는 낙태권 같은 이슈를 내밀어 바이든에게 표를 주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계층은 투표 자체에 관심이 없는 유권자다. 주로 흑인 및 젊은 유권자이며 시골에 사는 여성 유권자가 많다.
바이든 캠프는 이들이 트럼프에 투표하지는 않겠지만 아예 투표소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들에게 투표를 부추길 계획이다.

21일(현지시간)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미 아이오와주 애나모사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AP뉴시스
21일(현지시간)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미 아이오와주 애나모사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AP뉴시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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