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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나라 곳간 비는데 달빛철도 예타 면제 합의한 여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2 14:07

수정 2023.12.22 14:07

광주~대구 달빛고속철도 노선도.(광주시 제공)/사진=뉴스1
광주~대구 달빛고속철도 노선도.(광주시 제공)/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여야가 결국 대구와 광주를 잇는 약 200㎞ 구간의 '달빛철도'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없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8조 7000억원에 이르는 거대 사업인데, 야당은 반대하는 척 시늉만 냈다가 결국 여야 야합으로 지난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의결해 버린 것이다.

대구와 광주 사이에는 영호남 화합의 차원에서 건설된 88고속도로가 운영 중이지만 이용률이 다른 고속도로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88고속도로로 인해 영호남 관계가 가까워지는 효과도 전혀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대구시와 광주시가 또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철도를 놓겠다고 먼저 합의하고 여야가 한통속이 돼 예타 면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달빛철도는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기준치(1.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483에 불과해 경제성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정부는 예산 낭비를 우려하며 당연히 달빛철도 건설에 반대해 왔다. 우리나라 국가 부채는 올해 1120조 원으로 1100조 원을 돌파했고 2032년 1900조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 침체로 세수가 덜 걷혀 정작 써야 할 곳에 쓰지 못하는 상황인데 당장 급하지도 않고 건설해 놓아도 오가는 사람이 없어 텅텅 빈 열차가 다닐 게 뻔한데도 정치인들은 제 돈 쓰듯이 예산을 멋대로 쓰고 있다. 아니 제 돈이라면 이렇게 마구잡이로 낭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고 보면 우리나라 정치는 나라를 잘 살게 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망치고 있는 게 맞는다.

예산은 불요불급한 일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투입해야 효과를 보고 세금이 아깝지 않다. 언제부턴가 정치인들의 선심 공세는 더욱 기승을 부려 예타 면제를 밥 먹듯이 쏟아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20조 원 규모였던 것이 문재인 정부 때는 100조 원으로 늘어났다. 그중에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사업도 포함돼 있다.

여야 한쪽에서 대형 사업의 예타를 면제하자고 들고나오면 다른 쪽은 아무리 생각이 달라도 강하게 반대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예타 면제 자체가 지역 표심을 노린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선심 정책으로 완전히 실패한 인프라 건설이 지방공항이다. 좁은 국토에서 도로도 충분히 건설돼 있는데 공항까지 우후죽순 만들어 결국은 운영 중단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여야가 짝짜꿍을 치며 예타를 면제하고 있는 사업들은 달빛철도 말고도 많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사업을, 국민의힘은 메가시티법에 예타 면제 조항을 넣었다.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광주 군공항 이전 등까지 더하면 올 들어 예타를 면제하여 추진키로 한 SOC 사업만 44조 원 규모나 된다.

사업이 완공되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면제 추진에 앞장선 의원들을 정치권에서 몰아내는 여야 합의라도 해야 이런 포퓰리즘 남발이 줄어들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나라나 국민이 죽든 살든 눈앞의 이익만 챙기려는 의원들의 행태를 어떻게 저지할지 국민으로서는 난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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