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美 연방의회 상정된 ‘김치의 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4 18:57

수정 2023.12.24 18:57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지난 12월 6일 열린 미국 연방하원 본회의에서 '김치의 날(Kimchi Day)' 제정 결의안이 상정됐다.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영 김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결의안 통과를 위한 지지를 호소했다.

결의안 상정 후에는 연방의회 캐논하우스에서 '김치의 날' 결의안 상정 기념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러 연방의원들은 공사가 마련한 김치 홍보관을 통해 다양한 한국 김치를 시식하며 김치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하나의 결의안이 연방하원에 상정되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운 일임을 잘 알기에 무엇보다 그 결의안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식품인 김치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 이번 기념행사를 준비하며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그동안 11월 22일 김치의 날을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도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미국 연방의회에 김치의 날 결의안이 상정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발의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필자는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한에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 협조를 요청했고, 양국 의장 회담에서 논의도 이뤄졌지만 연방의회 회기 종료로 아쉽게 상정되지 못한 바 있다.

올해는 결의안을 공동발의한 의원들에게 감사와 협조요청을 담은 서신을 직접 보내고, 하원의장에게도 협조요청 서신을 보내 김치의 날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지난달에는 서울에서 여러 주한 외국 대사를 초청해 '글로벌 김치의 날 선포식'을 열고 김치의 날 제정 확산을 위한 '글로벌 김치 포럼' 출범에도 뜻을 모았다.

글로벌 김치의 날 확산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물어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김치의 날 결의안에는 공통적으로 '한국이 김치 종주국'이라는 사실과 '김치의 건강상 효능과 가치를 인정한 역사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글로벌 김치의 날 확산은 한국이 김치 종주국임을 공고히 하고, 김치를 비롯한 한국의 건강한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치의 날은 현재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 미국 12개 주·시에서 제정 또는 선포됐으며 브라질 상파울루시, 영국 런던 킹스턴 왕립구에서도 김치의 날이 제정됐다. 아르헨티나는 국가 차원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했다.

며칠 전 만난 에밀리아노 와이셀피츠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는 "특정 음식에 대한 기념일 제정은 아르헨티나에서도 특별한 일"이라면서 "그동안 아르헨티나 발전에 기여한 한국 이민자들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김치의 날은 이처럼 한국과 다른 국가들을 잇는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과거 '냄새 나는 낯선 음식' 취급받던 김치가 지금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자 '세계 5대 건강식품'에 선정될 만큼 유명해졌다.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김치는 2018년 2570t에서 5년 만인 올해 11월 기준 9632t으로 3.7배나 증가했다. 연간 수출액도 이미 사상 최초로 3000만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2018년 수출액이 900만달러를 밑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발효식품 김치에 들어있는 유산균이 소화흡수 및 면역력 향상, 항산화효과 등에 탁월하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이 사실만으로도 김치 종주국 논란은 애초에 성립할 수가 없다. 한국의 음식은 김치처럼 다양한 양념류를 활용해 저온에서 숙성한 발효문화가 주를 이룬다.
반면 중국 음식은 고온에서 기름으로 빠르게 볶거나 튀겨낸다.

김치에는 대한민국의 고유하고 뛰어난 음식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토록 자랑스러운 김치가 '김치의 날'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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