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창작 뮤지컬의 확장 '마리 퀴리'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5 18:30

수정 2023.12.25 18:30

뮤지컬 '마리 퀴리'. 라이브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 라이브 제공
창작 뮤지컬의 확장 '마리 퀴리'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뮤지컬 '마리 퀴리'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현재 공연중이다. 이 작품은 2018년 창작산실 리딩 쇼케이스로 개발돼 2020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초연한 창작뮤지컬로, 2020년 재연에 이어 3년만에 삼연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인 마리 퀴리는 다들 알고 있듯이 여성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면서,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동시에 받은 유일한 여성 과학자다.

창작뮤지컬 중에는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꽤 많다. 이는 인물의 삶 자체가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물의 일생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는 단조로운 방식으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과학자의 삶을 무대로 가져오면서 마리 퀴리가 폴란드 출신의 여성 과학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이야기도 담겨 있지만, 라듐을 발견한 위대한 과학자로서의 성공과 더불어 방사능 피해에 대한 윤리적 고뇌도 중심에 두고 작품을 구성했다. 마리 퀴리가 같은 폴란드 출신 라듐 공장 직공인 안느 코발스키와 대립하는 장면들을 통해 과학적 탐구와 윤리의 문제를 중심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원자폭탄을 개발한 오펜하이머의 선택과도 맥이 닿아있다. 이렇듯 인물의 서사와 더불어 과학자로서의 고뇌가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뮤지컬 '마리 퀴리'는 작품이 가야 할 길을 잃지 않게 됐고 여기에 완성도 높은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뮤지컬로 완성됐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작품의 완성도 만큼이나 작품이 만들어져온 과정도 의미심장하다. '마리 퀴리' 초연의 첫 공연이 2020년 2월 7일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대응이 경계에서 심각으로 전환된 시점이 2020년 2월 23일이었다. 바로 이어진 재연 공연이 2020년 7월 30일부터였고 주로 대극장 라이선스 공연을 해왔던 옥주현 배우가 참여해 화제가 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 연출상, 극본상, 작곡상, 프로듀서상을 받았지만 코로나로 인한 흥행 실패는 뼈아픈 상처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려 폴란드, 일본에 적극적인 비즈니스를 펼친 결과, 2022년 마리 퀴리의 나라 폴란드에서 뮤지컬 콘서트와 영상상영회를 진행했고, 2023년 3월에는 도쿄 텐노즈 은하극장에서 일본 엔터기업인 아뮤즈 제작으로 일본 라이선스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또 얼마 전인 지난 11월에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영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어 버전 리딩 공연이 올라갔다. 그리고 올해는 공연유통협력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공연장에서 투어 공연을 진행했다. 이는 하나의 작품이 온전한 레퍼토리 작품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재공연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번의 실패로 작품의 생명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뮤지컬 작품은 지속적으로 공연을 올리면서 다듬어지고 그 과정을 통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생명력을 획득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마리 퀴리'의 삼연은 뮤지컬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 그리고 루트의 확장에 대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