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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민생·경제법 외면하고 '쌍특검' 밀어붙이는 巨野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5 18:41

수정 2023.12.25 18:41

규제 혁신법안중 절반도 처리 안돼
김건희 특검 등으로 정쟁에만 골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서울 구로 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서울 구로 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성장 침체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은 기업을 뛰게 해주는 것이 최선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은 사업계획조차 제대로 세울 수 없는 엄혹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정부가 줄곧 강조한 것이 킬러규제 혁파였으나 정작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에 막혀 국회 문턱을 못 넘은 법안이 수두룩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지금이 과연 그럴 때인지 정치권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25일 정부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회에 제출된 규제혁신 법안 222건 중 통과된 법은 44%에 불과했다. 100건 넘는 법안이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월 정부와 국회에 건의한 킬러규제 혁신 입법과제 실적을 보면 더 초라하다. 상의가 건의한 97개 과제 중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고작 21개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킬러규제를 언급하며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서 한시가 급한 우리 기업이 뛸 수 있도록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회는 기업들의 간절한 요청을 저버렸다. 대통령이 킬러규제로 직접 언급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도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화평법 개정안은 신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할 때 유해성 정보 등을 등록하는 기준을 현행 100㎏에서 1t으로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1개 물질을 등록하기 위한 비용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달했다. 업계는 유해정보 등록에 소요되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으로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1t 이상, 미국은 10t 이상일 경우에만 등록을 의무화한다. 개정안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 기업은 숨이 넘어갈 지경인데 국회는 남 일처럼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산업입지법안도 마찬가지다. 개발계획 변경 없이 토지용도 전환이 가능한 면적 규모를 확대하고 복합용지 신설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 논의 역시 진척이 없다. 킬러규제뿐 아니라 기업에 절박한 경제형벌 개선 법안도 마찬가지다. 상의가 지난달 조속입법 건의에 담았던 형벌 개선 법률안 중 본회의를 통과한 과제는 단 1건이다. 국회 일정상 이대로라면 내년 5월 대부분 법안이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화급을 다투는 민생·경제 법안을 방치한 채 정치권은 '쌍특검' 공방에 여념이 없다. 거대 야당은 탄핵 폭주에 이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오는 28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야당은 강행 처리하겠다고 한다.

김 여사 의혹은 전 정부 검찰이 오랜 기간 수사를 벌였음에도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던 사안이다. 이제 와서 특검을 추진하는 것은 총선용 이상은 아니다. 더군다나 여당을 특검 추천권에서 배제하고 수사 상황을 언론에 공개할 수 있게 한 독소조항도 들어 있다. "총선 민심교란용 악법"이라는 여당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무엇보다 정쟁에 허비할 시간이 없는 숨 가쁜 상황이다. 잡히지 않는 물가, 1%대 성장도 버거워진 경제체력을 걱정할 때다.
규제 대못을 뽑고 체질개선을 서두르는 일에 매달려도 경제난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은 때임을 야당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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