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0대들 지갑 닫았다'...겁없는 소비에서 빚투족으로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6 06:00

수정 2023.12.26 14:13

소득 감소에 신차·중고차 시장서 20대 나홀로 위축
부동산·명품 쇼핑 열풍에서 소비 감소·실속 소비로
부채 보유액 증가율은 전 연령대 앞질러
지난 9월 서울의 한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신청서를 작성하는 구직자들. 연합뉴스
지난 9월 서울의 한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신청서를 작성하는 구직자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확산 종료와 함께 부동산과 럭셔리시장(고가 명품 소비)에서 '겁없는 소비'로 주목을 받았던 20대들의 주머니 사정이 최근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고물가, 경기침체 여파에 외식비는 물론이고, 온라인 쇼핑, 자동차 구입 등 전방위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대 車구입·외식·온라인 쇼핑도↓
25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활용해 집계한 연령별 신차 등록 자료에 따르면 올해 20대 신차 등록 점유율이 2009년 관련 통계 공개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1∼11월 20대(8만535대)와 10대(1823대)의 승용 신차 등록 대수는 8만2358대로, 전체 신차 등록 대수(137만6621대)의 6.0%를 차지했다. 국토부가 연령별로 신차 등록을 분류해 공개한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대 이하의 신차 등록 점유율은 2009년 11.1%에서 이듬해 12.2%로 올랐다가, 2015년 7.9%, 2020년 7.2%, 지난해 6.3%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와 반대로, 50, 60, 70대의 신차 등록 비율은 상승세다. 50대 이상의 올해 신차 등록 점유율은 33.4%로, 3년 전(30.7%)보다 2.7%p 높아졌다. 특히, 60대의 신차 등록 점유율은 2020년 9.2%에서 올해 들어 11.5%로 급증했다. 70대 이상의 등록 점유율은 2020년 2.1%에서 꾸준히 증가해 올해 2.5%가 됐다.

중고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케이카는 올해 전 연령층에서 중고차 구입이 고르게 증가한 반면, 20대 중고차 구매자는 전년비 21.9%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도시락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월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도시락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외식비 감소현상이 두드러졌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외식업종 결제액 중 20대(신한카드 사용자기준)소비가 전연령층에서 감소폭(6.6%감소)이 가장 컸다. 반면, 싼 도시락을 찾는 20대들이 증가하면서, 편의점 매출에서 20대 이하 사용자 비중은 증가(GS25, 2020년 27.1%→올 상반기 30.1%)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쇼핑도 20대만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앱도 20대를 중심으로 소비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iOS+안드로이드, 중복포함)는 3개월째 하락해 1900만명 아래로 떨어지며, 2021년 3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경기침체 취약계층으로 부상
자녀 등 부양 부담이 낮은 20대들이 경기 상황에 맞춰 소비를 탄력적으로 줄였거나, 빚에 눌려 소비를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계청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 따르면 20대 이하 가구주의 가구소득은 2018년 3363만원에서 2021년 3114만원으로 7.4% 줄며,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감소현상을 보였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 가구주의 가구소득은 증가(30대 11.5%, 40대 10.8%, 50대 10.6%, 60대 이상 22.5%)했다.

반면, 20대 이하 부채 보유액 증가율은 전 연령대 부채 증가율을 앞질렀다. 20대 이하의 부채 보유액은 2018년 2591만원에서 지난해 5014만원으로 93.5% 늘었다. 30대 39.8%, 40·50대 각 22.0%, 60대 이상 12.4%의 부채 보유액 증가율보다 높았다.
20대 이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44%)도 지난 2년간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명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담보대출)투자, 빚투(빚내서 투자)를 했다가 고금리에 원리금조차 갚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4050대에 비해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20대들이 고금리,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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