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뒤집힌 주52시간 근무제, 노동 패러다임 다시 짤 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6 18:24

수정 2023.12.26 18:24

주52시간 초과 않으면 적법
노동시장 유연화 시행 적기
지난 11월 13일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1월 13일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1일 근로시간(8시간) 초과분을 합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1주일간 총근무시간(40시간)을 기준으로 초과분을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기존에는 1주 총근로시간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더라도 1일 연장 근로시간의 합이 12시간을 넘어서면 근로기준법 위반이었다. 앞으로 주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주중 크런치 모드로 일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얘기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25일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업주 A씨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한도의 위반 여부를 따질 새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1·2심은 1일 단위로 근로시간이 8시간을 넘길 경우 무조건 연장근로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주 12시간을 넘기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주 12시간 연장 근로시간의 해석을 기존보다 좁힌 것이다. 그동안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40시간 초과 근로시간이 12시간 연장 근로시간을 넘을 경우 또는 하루 8시간 초과 근로시간이 12시간을 넘을 경우 등 두 가지로 주 52시간제 위반을 해석했다.

대법원은 두 가지 기준 중 주 40시간 초과 근로시간 기준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은 연장 근로시간의 한도를 1주간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이고 1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는 1주간의 기준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확정판결이 나왔으니 고용부는 행정해석을 신속하게 변경해야 한다. 고용부의 행정해석과 대법원 판단이 혼재돼 주 52시간제에 대한 위반 여부가 뒤엉키는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앞으로 근로자의 근로시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만 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제한(휴게시간 제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계에서 우려해온 근로시간 제도의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일제히 반대의 기치를 높게 들어 올렸다. 반면 학계는 70년 묵은 낡은 근로기준법을 일제 정비해야 할 때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영계는 현재와 같은 경직된 근로시간 제도는 근로시간을 늘리면서 생산성은 떨어뜨리는 백해무익한 제도라고 지적해왔다.
하루 근로시간 상한, 최소 휴식시간 도입 등 선진국의 근로자 건강권 보호조치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근로시간 유연성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도 이번 대법원 판결을 유연근무시간제·자율근무시간제와 같은 노동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모티브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바쁠 때 더 일하고 한가할 때 쉴 수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