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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로 미룬 전기요금 인상… 소비자 부담만 더 커진다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6 18:34

수정 2023.12.26 18:34

정부, 내년 1분기는 일단 동결
한전 누적 부채 200조에 달해
총선 끝나면 한꺼번에 올릴듯
총선 이후로 미룬 전기요금 인상… 소비자 부담만 더 커진다
정부가 1·4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가운데 총선 이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요구했던 전기요금에서 절반 밖에 올리지 못한 가운데 한전의 부채 200조원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 정치가 개입하면서 향후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6일 산업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내년 1·4분기 연료비조정단가(요금)를 올해 4분기와 같이 킬로와트시(㎾h)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전기요금 산정의 또 다른 핵심 요소인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도 동결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연료비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전기요금에 탄력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요금이다. 매 분기 시작 전 달의 21일까지 정해진다.

이번 요금 동결로 한전 재무구조에 관한 우려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 안정화하면서 지난 5월 이후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에선 벗어났다. 올 3분기엔 1조99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10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부채만 200조원에 달하는 한전은 올 한 해만 추가 6조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등 누적 적자는 45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전력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판매하는 '역마진' 구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일 급한 건 한전채 발행 한도다. 회사 운영 자금으로 쓰이는 한전채의 발행 잔액은 이달 5일 기준 80조100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연간 적자가 확실시되면서 내년 발행 한도('자본금+적립금'의 5배)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이러면 새로 찍어내기는커녕 기존 한전채를 상환해야 할 수 있다. 한전채 발행이 막히면 전력대금 지급 등에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 한전은 발전 자회사 6곳, 한전KDN에서 최대 3조2000억~3조3000억원 수준의 중간배당을 받는 걸 처음으로 추진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기도 하다. '장부상' 적자 폭이라도 줄여 한전채 한도를 늘릴 계획이지만, 배당액 의결을 앞둔 자회사 이사회 등에서 배임 논란 등이 불거지며 진통을 겪고 있다.

결과적으로 총선이 끝나는 2·4분기에 '전기요금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당초 산업부는 한전의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올해 ㎾h당 52원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올해 절반인 21.1원 인상에 그쳤다. 요금인상이라는 정공법 외에는 해결책이 없는데다 올해 올리지 못한 금액을 내년 총선 이후에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부담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 셈법에 따라 요금을 제때 현실화하지 않은 것이 한전의 재무 구조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배경"이라며 "한전이 중간배당을 받으면 그나마 내년 총선 즈음까지 버티겠지만, 요금 인상이 없으면 부채 증가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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