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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부실' 현실화… 2008년 줄도산 악몽 재현될라[PF發 건설사 연쇄부도 공포]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7 18:59

수정 2023.12.27 18:59

건설사 PF 보증 9월기준 20조
착공·분양못한 사업장 70% ↑
신용등급 하향·우발채무 급증
PF발 유동성 위기 금융권 확산
'부동산PF 부실' 현실화… 2008년 줄도산 악몽 재현될라[PF發 건설사 연쇄부도 공포]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업계가 초긴장 모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떠오르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을 제외한 외주사업 PF 보증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에는 착공도 못한 프로젝트도 적지 않다. 신용보강이 필요한 PF 우발채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태영건설 PF 우발채무 1조2500억원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PF 관련 차입금은 지난 11월 말 기준 2조9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분양이 진행되지 않거나 미착공 혹은 사업철수를 진행 중으로 차환이 필요한 PF 우발채무는 1조2500억원에 달한다. 지자체 청년주택 등을 제외해도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채무액은 1조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파이낸셜뉴스가 올해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PF 지급보증이 500억원 이상인 대규모 사업장도 14곳에 달했다. 김해대동첨단산업단지와 신경주 역세권공영개발 등이 해당된다. 대출잔액이 500억원 이상인 사업장도 30곳에 육박한다.

태영건설은 계열사 지원, 우량 지분 및 사업장 매각 등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포천파워 보통주를 전량 매각했고, 경기 부천 오정동 군부대 개발사업장 시공권도 팔 계획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하도급업체들이 전전긍긍이다. 태영 측은 하도급업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3·4분기 보고서를 보면 10개 건설사에 519억원, 9개 현장에 2313억원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도급의 경우 보증청구로 거의 해결하지 못한다"며 "결국 돈을 받지 못하는 업체가 나올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면 어느 금융권이 중견·중소 건설사에 PF를 연장해 주고, 돈을 빌려주겠느냐"며 "규모 가릴 것 없이 다수의 건설사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2008년 PF발 도산 악몽 재현되나

이 같은 상황은 비단 태영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취합한 주요 건설사 10곳의 정비사업을 제외한 PF 보증 규모는 올해 9월 말 기준 20조2918억원이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 9월 19조870억원보다 1조원 이상 증가한 규모로 올 하반기 들어 20조원대로 올라섰다.

이 중 착공이나 분양조차 시작하지 못한 사업장 규모가 70%를 넘는 건설사도 있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PF 보증 가운데 재건축·재개발보다는 외주사업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있다. 특히 미착공 등 분양이 개시되지 않은 비중이 높을 경우 이자비용 등이 올라가면서 채무위험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신용등급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중견 및 중소 건설사들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대한주택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올해 부도처리된 대부분의 업체는 중견·중소업체"라며 "빚을 갚지 못해 쓰러지는 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업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벌어진 건설사 줄도산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기류가 짙다.
당시도 시장침체에다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주요 원인이었다. 2008년 말부터 2011년까지 시공능력 100위권 이내 업체 가운데 30%가량이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PF 부실 문제는 건설사뿐만 아니라 부동산 신탁사, 금융권 등에 폭넓게 걸쳐 있어 연쇄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jiany@fnnews.com 연지안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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