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황·전망

라덕연·영풍제지 주가조작 파문에 공매도 논란까지 [2023 증시 결산(下)]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8 18:28

수정 2023.12.28 18:28

羅일당 CFD 계좌로 주가 올리다
매물 쏟아지며 8개 종목 하한가
주가 최대 90% 내려 개미 피눈물
라덕연·영풍제지 주가조작 파문에 공매도 논란까지 [2023 증시 결산(下)]
"올해 국내 증시는 차·공·주(차액결제거래·공매도·주가 조작)가 일으킨 사건들로 잠잠할 새가 없었다."

주가 조작 세력은 통정매매와 차액결제거래(CFD)를 통해 주가를 수년간 끌어올려 부당이득을 취했다. 개미들만 피눈물을 흘리게 되자 금융당국은 다급히 제도 개선에 나섰다. 투자자 입김이 거세지면서 오랫동안 제도 개선 요구를 받아왔던 공매도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전면 금지에 들어갔다.

■라덕연이 쏘아올린 주가조작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상장사는 15곳이다. 주가 조작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은 지난 4월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 일당의 범행이 드러나면서부터다.

4월 24일 증시 개장 직후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삼천리와 다우데이타,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은 연이어 하한가를 기록했다. 배후로 지목된 라씨 일당은 과거 주가 조작 세력이 단기 차익을 노렸던 것과 달리 2~3년에 걸쳐 주가를 최대 20배 가까이 올리는 수법을 썼다.


주가 조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라씨 일당은 CFD 계좌를 통해 피해액을 키웠다. CFD는 레버리지를 통해 수익 극대화가 가능하고, 거래시 투자자 명의가 아니라 증권사 명의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런 특성을 악용해 해당 종목들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라덕연 사태 이후 CFD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아지자 금융당국은 8월 말까지 CFD 신규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증거금률 규제 상시화 △종목별 CFD 잔고 공시 △투자자 유형별 정보 제공 등을 제도화했다. 다만, 규제 강화로 CFD 거래는 과거 대비 쪼그라들었다. 증거금을 포함한 CFD 명목잔고는 이달 26일 기준 1조2629억원으로 SG발 하한가 사태 직전인 3월 말(2조7697억원)과 비교하면 55.4% 급감했다.

■주가조작 수법도 규모도 진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6월에는 온라인 주식카페 운영자인 강기혁씨가 라씨 일당과 유사한 방식으로 장기간 5개 종목의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SG발 사태와 마찬가지로 매수자와 매도자가 사전에 가격을 정해 놓고 일정한 시간에 주식을 거래하는 이른바 '통정매매' 수법을 썼다는 점, 유통주식 물량이 적고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종목들이 주가조작 타깃이 됐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10월에는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이 나란히 하한가를 기록하며 주가 조작 악몽이 재현됐다. 이번에는 미수거래였다. 다른 증권사 대비 미수거래 증거금률이 낮은 키움증권 계좌 100여개를 동원했다. 그 결과 영풍제지의 주가는 11개월간 15배 이상 뛰었다.

주가 조작이 훑고 지나간 종목들의 수익률은 1년 새 곤두박질쳤다. 대성홀딩스(-91.03%), 선광(-86.73%), 대한방직(-84.55%), 서울가스(-86.02%), 삼천리(-76.14%) 등이 50% 넘게 급락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터져나온 주가 조작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2021년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약세장이 지속되면서 수익률 추구가 그릇된 방식으로 비화됐고, 이 여파로 주가 조작 수법과 규모 역시 진화한 것"이라고 전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줄곧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돼온 공매도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면 금지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네 번째다. 금융당국은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개인과 같은 90일로 변경하는 한편 개인의 공매도 담보비율을 외국인·기관과 같은 105%로 변경하기로 했다. 또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체계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주가 조작 대상이 된 종목 대부분이 공매도가 불가능한 종목이었던 만큼 공매도 금지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당국은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해왔는데 주가 조작 사태에 얽힌 13종목 가운데 10개 종목은 공매도가 불가능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작전세력을 전면 차단하진 못하겠지만 과도한시세조종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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