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의 경제산책] 새해 새 경제팀에 바란다

장단기 경제정책 그대로
노동·교육·연금개혁 지속
출산 현금지원 제도 개선

유일호 前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어느덧 계축년 한 해도 다 가서 이제 사흘 후면 새해를 맞게 된다. 용의 해인 갑진년 새해에는 새 경제팀이 우리 경제의 방향타를 쥐게 된다. 과연 우리 경제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며,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우리 경제를 둘러싼 주변환경은 새해에도 녹록지 않으리라는 것이 현실적 관측이라 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지속되어온 국제정세 불안은 내년에도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증폭되는 것처럼 보인다. 아울러 팬데믹 이후 풀려나간 과잉유동성이 초래한 인플레이션의 영향에서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사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 경제팀은 이러한 불리한 여건하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왔고, 그나마 선방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새 경제팀 역시 이러한 환경을 마주한 채 출범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다행인 것은 몇 가지 긍정적 시그널이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 2년 이상 부진했던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이에 따라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등 전통적 성장 견인요소인 국제부문의 역할이 다시 살아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미국의 인플레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임으로써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준금리 동결 (나아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통계의 정확성에 대한 의심은 제기되지만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5% 이상을 유지하고, 내년에도 안정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아직 혹한이지만 언 땅이 약간 녹는 조짐이 보이는 수준까지는 온 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면 경제정책을 책임져야 하는 새 경제팀은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가. 많은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장단기 경제정책 기조는 잘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고, 필자 역시 이에 동의하는 바다. 따라서 새 팀이라 하여 정책기조를 변경하면 안 되고 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믿는다. 우선 장기 정책에 있어 3대 개혁과제라 하는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사실 이 과제들의 추진이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여소야대 정국이고, 노동개혁은 개혁과제 마련의 상대편이라 할 수 있는 노동계의 협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가 힘들었던 것은 이해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현 상황에서 완전치는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보며, 이러한 부분부터 먼저 달성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 과제 중 가장 어렵고 동시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은 저출산 문제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재론할 필요도 없다. 그런 만큼 여러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는 바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민 문호개방이 그 첫 번째인데, 필자도 이 방향에 동의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데는 만만치 않은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 국민의 수용성 같은 문화적 배경 그리고 이민자들이 우리 사회에 동화되기까지의 경제사회적 어려움(유럽 국가들의 경우가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등이 그것인데, 그런 어려움에도 이민문호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온 듯하다. 다음으로 지금까지 시행된 출산에 대한 현금지원 위주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은 받고 있지만 제도개선을 통해 그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 정책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각종 단기정책 수립과 집행이 필요한데, 이는 새로 취임하는 장관들이 유능하므로 각 부처 관료들의 도움으로 잘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

예를 들어 국가채무 축소를 위한 정책 같은 것은 변함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옳은 정책이라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새 경제팀이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적기에 좋은 정책을 펼칠 것을 기대하며 성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