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우주항공청, 더 이상 미룰 때 아니다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1 19:03

수정 2024.01.01 19:03

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 산업부문장
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 산업부문장
올해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세계 각국의 치열한 달 탐사 경쟁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달 착륙선이 달 공전궤도에 진입한 데 이어 오는 20일 달 착륙을 시도한다. 성공할 경우 일본은 구소련과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5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된다. 미국 기업 애스트로보틱이 자체 개발한 달 착륙선 '페레그린'도 8일 지구를 출발, 2월 달 착륙에 나선다. 달 착륙에 성공하면 미국은 지난 196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주도의 세계 첫 달 착륙 국가에 이어 첫 민간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가 된다.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등도 달 탐사에 나선다.
러시아는 올해 달 궤도선인 '루나 26'을 먼저 발사한 뒤 '루나 27'로 달 착륙에 도전한다. 2019년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창어 4호'를 착륙시킨 중국도 올해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샘플 채취를 위해 무인탐사선을 발사한다.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한 인도는 향후 5~7년 내 '찬드라얀 4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특히 우주경쟁에서 후발주자로 여겨졌던 인도가 달 남극에 착륙한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도는 1969년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를 설립한 뒤 우주기술을 급속히 발전시켰다. 주목할 점은 ISRO가 미국, 중국 등 우주강국이 지출한 수천억달러에 비해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 이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인도는 2035년까지 우주정거장을 세우고 2040년 우주인을 달에 보낼 계획이다.

세계 각국이 우주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성과는 아직 신생아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누리호가 3차 발사에 성공했고, 무인 달 탐사선 다누리가 성공적으로 달 임무궤도에 진입했지만 달 착륙 및 탐사 등은 아직 갈 길이 먼 게 현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누리호 3차 발사를 시작으로 2025~2027년 3년간 누리호 4~6차 발사를 한 뒤 2032년 로봇 등 탐사장비를 탑재한 달 탐사선을 한국형 차세대발사체에 실어 달에 보낼 계획이다.

정부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달 착륙선을 보내는 데 앞으로 8년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최근 만난 정부 관계자는 "이웃나라인 일본과의 우주기술력 차이가 50년 이상 나는 것 같다"면서 "우주강국들이 앞다퉈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조차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특별법이 정쟁으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해를 넘겼다.

쟁점은 야당이 요구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의 우주항공청 이관과 관련한 정부와 여당의 수정안 문구 때문으로 알려졌다. 수정안에 포함된 '항우연과 천문연의 우주항공청 이관을 추진한다'는 문구가 두 기관의 우주항공청 편입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게 야당이 반발하는 이유로 전해졌다.

세계 각국이 치열한 우주경쟁을 벌이고 일본이 조만간 달 착륙선을 보내는 상황에서 더 이상 한가하게 문구 타령을 할 때가 아니다.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와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가 국내 우주항공분야 산업계와 학계 종사자 6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주항공청 설립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93.8%가 우주항공청 설립을 지지했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우주항공청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려면 5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된 9일까지 특별법이 처리되지 못하면 장기간 표류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쟁을 떠나 미래 세대를 위한 국회의 대승적인 결단을 기대해 본다.

hj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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